북한은 지난 3월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다음날(3월25일) 밝혔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3일 쏜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마하 15의 속도로 760㎞ 가량 날았고, 최고 고도는 1920㎞로 탐지됐다. 북한은 정상 발사각보다 높은 고각 발사로 비행 거리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화성-17형은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사거리가 1만5천㎞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본토 전역을 비롯해 오세아니아 등 주요 대륙 일부를 모두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다.
화성-17형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20년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다. 11축 22륜짜리 거대한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실려 등장한 화성-17형은 길이가 22~24m로 추정돼, 세계에서 가장 긴 ‘괴물 아이시비엠(ICBM)'이란 별명을 얻었다. 화성-17형은 핵탄두 2~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 탑재 형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목표 상공에서 탄두가 분리되면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북한은 이날 발사를 통해 일정 부분 기술적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사일이 마하 15까지 속도를 낸 것은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가 각각 성공 분리돼 정상적인 추진력을 얻었다는 뜻”이라며 “앞서 북한이 지난 3월16일 발사한 화성-17형은 고도 20㎞ 미만의 발사 초기 단계에서 폭발해 추진체 분리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2단 추진체 분리까지 성공해 일정한 기술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다만, 3단 추진체를 포함한 탄두부가 정상 비행을 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아이시비엠은 3단 추진체 분리까지 성공하면 이후 마하 20 이상의 속도로 날며 표적을 공격하는 탄두 분리가 이뤄진다.
이날 화성-17형 추정 미사일은 3단 추진체 분리에 실패한 탓에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속도가 줄며 동해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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