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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미·일 치우친 윤 대통령 ‘인도·태평양 전략’…“위태로운 접근”

등록 2022-11-13 16:19수정 2022-11-14 18:04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건희 여사(왼쪽부터 순서대로)가 12일 오후(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아세안+3’ 의장국인 캄보디아 정상 주최 갈라 만찬에서 만나 활짝 웃는 낯으로 함께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김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과 팔짱을 낀 모습이 눈에 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건희 여사(왼쪽부터 순서대로)가 12일 오후(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아세안+3’ 의장국인 캄보디아 정상 주최 갈라 만찬에서 만나 활짝 웃는 낯으로 함께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김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과 팔짱을 낀 모습이 눈에 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공개 발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중 패권·전략 경쟁 와중에서 확실히 미국 쪽에 서겠다는 공개선언에 가깝다.

윤 대통령이 내건 ‘한국판 인·태 전략’은 명칭부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과 같다. 미국의 인·태 전략은 중국 봉쇄와 견제를 위해 마련한 전략이다.

윤 대통령이 밝힌 ‘한국판 인·태전략’의 특징과 지향은 5년 전인 2017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관계 정상회의 때 발표한 ‘신남방정책’과 비교하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인·태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양쪽에 거리를 뒀다. 미국 쪽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태 구상의 연계·협력”(2021년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중국 쪽엔 “한국의 신남방·신북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의 연계·협력”(2019년 한중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한국판 인·태전략’은 미국으로 현격히 기울어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역내 자유, 인권, 법치와 같은 핵심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며 “남중국해는 규칙 기반의 해양 질서를 수호하는 평화와 번영의 바다가 되어야 한다. 유엔 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항행 자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명확히 중국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남중국해 항행 자유 강조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는 미, 일이 중국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논리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밝히며 “한-아세안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제안하고 “아세안과 연합훈련 적극 참가” 의사를 밝혔다. 남중국해 등 동남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한국이 덜어주는 보완 세력 구실을 자임한 것으로 읽힐만한 대목이다. 이는 아세안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협력자이자 “제2의 중국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접근과 확연히 다르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인·태 전략을 대북 압박 국제 공조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재차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김성한 안보실장은 인·태 전략을 설명하며 “한·미 동맹을 비롯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연대와 협력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한국판 인·태전략’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힘을 보태며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 공조의 기반을 넓히는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외교 안보 분야 원로 인사는 “미국의 인·태전략은 기존의 ‘아시아·태평양’에서 아시아를 지우고 인도(양)를 넣은 것이라 개념상 아시아의 자리가 없다”며 “(한국으로서는) 뜬금없고 위태로운 접근”이라고 짚었다. ‘한국판 인·태전략’으로는 윤 대통령이 강조한 ‘한중일 3국 협력’이 사실상 불가능할뿐더러, 한-아세안 협력도 어려우리라는 우려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프놈펜/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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