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한·미·일 3국 정상의 ‘프놈펜 공동성명’에 반발해 비판 담화를 내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 한·미·일 밀착에 강대강 기조로 맞서겠다는 ‘1차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오전 동해 쪽으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 한 발을 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10시48분께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비행거리는 약 240km, 고도는 약 47km, 속도는 마하 4(음속 4배)로 탐지됐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지난 13일 한·미·일 프놈펜 공동성명 발표 나흘 만이자, 지난 9일 이후 평남 숙천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뒤 8일 만이다. 한-미는 이날 오전 연합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합참은 “연이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행위”이자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강력한 규탄”과 함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비판 담화를 발표한 지 1시간40분만에 이뤄졌다.
최 외무상은 <조선중앙통신>(중통)에 공개한 실명 담화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할수록, 조선반도 지역에서 군사활동을 강화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일본, 남조선이 3자 수뇌(정상) 회담에서 우리의 군사적 대응조치를 ‘도발’로 단정하며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대해 횡설수설한 데 대해 엄중한 경고 입장을 밝힌다”며 “필경 이번 3자 모의판(한·미·일 3국 정상회의)은 조선반도 정세를 더욱 예측 불가능한 국면에로 몰아넣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외무상의 담화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3국 정상회의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최근 북쪽이 외무성 차원의 대미 발언을 할 때 주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의 형식을 빌린 사정에 비춰, 이번엔 공식 반응의 격을 ‘외무상’으로 높인 점이 특징적이다. 최 외무상 명의의 실명 담화는 2021년 3월18일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3국 정상은 지난 13일 회담 뒤 발표한 ‘프놈펜 공동성명’에 북한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확장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최 외무상의 담화가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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