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토론(연설)을 하고 있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김 부부장은 당시 윤석열 정부를 “괴뢰정권”이라 비난하고는 “우리의 불변의 주적”(8월10일 김여정)이라고 규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 방침을 밝힌 ‘대북 독자 제재’를 “무용지물”이라 규정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천치바보”라 막말 비난하는 담화를 24일 발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오전 6시 <조선중앙통신>(중통)으로 공개한 실명 담화에서 “22일 남조선 외교부 것들이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도발’이라는 표현으로 걸고 들며 추가적인 ‘독자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는 나발을 불어댔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독자 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8일 윤 대통령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 직후 “유엔 안보리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부부장은 “‘제재’ 따위나 만지작거리며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잔머리를 굴렸다면 진짜 천치바보들, 안전하고 편하게 살줄 모르는 멍텅구리들”이라며 “무용지물과 같은 ‘제재’ 따위에 상전과 주구가 아직까지도 그렇게 애착을 느낀다면 앞으로 백번이고 천번이고 실컷 해보라”고 말했다. ‘상전’은 미국을, ‘주구’는 한국을 뜻한다.
김 부부장은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며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북쪽은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윤석열 정부를 “괴뢰정권”이라 비난하고는 “우리의 불변의 주적”(8월10일 김여정)이라고 규정해왔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대조선 ‘독자제재’를 운운하기 바쁘게 토 하나 빼놓지 않고 졸졸 따라외우은 남조선 것들의 역겨운 추태” 운운하고는, 남쪽을 “미국의 충견이고 졸개”라거나 “미국이 던져주는 뼈다귀나 갉아먹으며 돌아치는 들개”라고 막말 비난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을 향해 “천치바보”라고 막말을 퍼붓는 등 대남 비난의 수위를 한껏 높인 이 담화는 대외용인 <중통>에만 실리고 노동당원을 포함한 일반 인민들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화성-17형 시험발사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명백한 이중기준”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힌 22일 담화 이후 이틀 만이다. 22일 담화도 <중통>으로만 공개됐다.
앞서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처음 공개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8월19일 담화에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윤 대통령을 “파렴치한”이라 막말 비난한 바 있다. 당시 담화는 <노동신문> 5면 머리기사로 공개됐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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