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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또 모이는 한미일…협력 축배에 홀려 ‘한반도 평화’ 뒷전?

등록 2023-08-12 11:00수정 2023-08-16 16:33

[한겨레S] 서재정의 한반도, 한세상ㅣ협력의 방향

한·미·일 정상, 18일 미 캠프 데이비드 만남
‘통합억제력’ 채비 이어 오염수 방류 ‘결속’할 듯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AP 연합뉴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AP 연합뉴스

모든 협력은 좋은가? 표준국어대사전은 협력을 “힘을 합하여 서로 도움”이라고 정의한다. 이 자체로만 보면 나쁠 것이 하나도 없다. 힘을 가르거나 서로 싸우는 것보다 백배천배 낫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에는 힘을 합치고 서로 도와 무엇을 할 것이냐는 고민이 없다. 힘을 합해 힘없는 놈을 패줄 수도 있고, 서로 도와 도둑질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맹자는 인간이 지켜야 할 주요 덕목을 ‘인의예지’ 네가지로 범주화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 악을 미워하는 마음, 양보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속 네가지 덕의 근본이 있다고도 했다. 마음을 갈고닦아 이 네가지 덕을 실천하라는 것은 유교의 핵심적 가르침이다.

노자는 여기에 딴죽을 걸었다. “도적에게도 인의예지가 있느냐?” 옛 중국의 유명한 도적인 도척에게 물었다. 도척은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남보다 먼저 뛰어드는 것이 용이며, 자기의 무리를 생각하는 것이 의이며, 성사의 여부를 아는 것이 지이고, 훔친 물건을 모두가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 인입니다.” 좋은 덕목이라고 해도 마음이 재물에 있다면 허사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부쩍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세 나라가 서로 힘을 합하고 돕는 것이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겠으나 과연 무엇을 지향하는 협력인가? 오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의제가 논의되고 어떤 합의가 이뤄질 것인가?

도적의 협력, 도척의 인의예지

백악관은 “논의할 내용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고 “역사적인 논의를 고대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의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 언론들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과 개별적으로 만나 ‘과학적 근거’를 들며 오염수 방류 지지를 끌어낼 예정이라고 한다. 3국의 정상이 만나 인류의 공동자산인 공해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방사능 물질로 바다를 오염하자고 힘을 모은다면 도척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태평양의 환경을 이렇게 오염시키면서 인도·태평양에서 ‘항행의 자유’ 및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지키는 데 서로 돕자고 하니 모순적이다. 더구나 항행의 자유는 타국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무해항행’에 적용되는 국제법인데, 미 해군은 군사훈련에 ‘항행의 자유’라는 이름을 붙여 중국 코밑에서 실시한다.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 유엔해양법협약이 보장하는 항행의 자유를 인정하라고 반박하지만 정작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하지도 않았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명시된 통행 허가 제도 등이 미국의 군함이나 잠수함이 세계를 누비고 다닐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프놈펜 성명에서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우리의 의지”를 천명했지만 같은 성명에서 “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핵무기의 사용, 보유, 생산, 실험, 배치, 운송 등을 완전히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은 이미 2017년 유엔에서 채택돼 2023년 현재 68개국이 비준했다. 엄연한 국제법으로서 발효된 것이다. 그러나 한·미·일 3국은 아직도 이에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핵무기의 사용과 사용 위협’을 핵심으로 하는 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국제무대에서 공언하고 있다. 핵무기금지조약이 발효되고 있는 국제질서 상황에서 핵무기 우산 아래 힘을 모으는 것을 협력이라고 하겠는가.

그나마 프놈펜에서는 그 협력의 범위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정도로 제한적이었다면 이번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3국의 협력이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미국이 한·일에 각각 제공하고 있는 확장억제를 통합해 ‘한·미·일 통합 억제력’으로 진화시킬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8월 초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한국이 공격을 받는 경우 서로 간의 협의를 의무화할 것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뿐만 아니라 3국 연합군사훈련, 사이버 안보, 미사일 방어 및 경제 안보와 관련한 협력 조치들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연설에서 “2차 대전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 일본이 한국과 화해하고 있다”며 ‘한·일 협력’을 환영한 것은 더 큰 ‘협력’을 위한 디딤돌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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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기 위한 협력 멈추라

더 큰 ‘협력’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지난 1월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보고서가 시사점을 준다. ‘다음 전쟁의 첫 전투’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벌어질 전투의 양상을 워게임을 통해서 예측했다. 중국은 큰 손실을 입고 대만 점령에 실패하지만 미국도 엄청난 피해를 본다는 게 결론이다. 기본 워게임에서 미군은 주일미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일본 자위대 참전을 상정했다. 미국은 한국에 주둔한 미 공군 2개 비행대대를 대만 전투에 투입했지만 한국의 참전은 없었다. 이런 워게임의 결과가 ‘미국과 일본의 엄청난 피해’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이 한국과의 ‘협력’에서 원하는 게 무엇일까?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그 조약의 범위를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 공격”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대만 전투에 동원될 법적 근거가 없으니 정상 성명으로 ‘지역 안보를 위한 협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일본이 군사적 개입을 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한국이 인도·태평양에 동원될 ‘협력’의 문을 열려는 것이다.

그러나 3국의 정상이 ‘도척의 협력’을 따르려는 것이 아니라면 시급하게 실행할 협력은 따로 있다. 현재 남북은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이 모두 선제타격능력을 추구하고 있어 동북아시아는 불의의 사고로 전쟁이 터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 7월에도 아슬아슬한 상황이 있었다. 12일 오전 10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 직후인 10시22분께 미 공군 전폭기 B-52H가 ‘비행 중 정비’를 이유로 일본 요코타기지에 불시착했다. 미국 노스다코타 마이놋기지 제5폭격항공단 소속의 전폭기가 왜 이 시점에 이 지역을 비행하고 있었는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B-52H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등은 알려져 있지 않다. 3국은 싸우기 위해, 위협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 아니라 긴장을 낮추기 위해, 싸울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협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시카고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국제관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반도와 국제관계에 대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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