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명렬 예비역 장군.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육군사관학교(육사) 교정 안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교정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육사를 향해 표명렬(85) 예비역 장군은 31일 “대한민국 군은 이념집단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곳이어야 한다”며 현재의 논란을 “역사의 퇴행”이라고 일갈했다.
1958년 육사 18기로 입교한 표 장군은 1985∼1987년 육군본부 정훈감을 지냈다. 정훈감 재직 시기엔 광복군 창군일을 맞아 독립군·광복군 인사들을 육사로 초청해 생도들의 사열도 받게 했다.
퇴역 뒤에도 국군의 날을 광복군이 창설된 9월17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표 장군은 육사 출신 장성들의 반발을 사 2005년 재향군인회와 육사총동창회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표 장군은 그해 왜곡된 군대 문화를 바로잡겠다며 평화재향군인회를 설립했다. 다음은 표 장군과의 일문일답.
―육사가 충무관 앞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중 홍범도 장군 흉상은 다른 장소로 이전하고, 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과 이회영 선생 흉상은 교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홍범도 장군의 항일 독립전쟁은 민족의 권리를 찾기 위한 전쟁이었다. 소련 공산당에 들어간 것 또한 우리 민족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차라리 빼앗긴 조국을 되찾으려 했던 홍 장군과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한 백선엽 장군의 흉상을 한자리에 두자. 이들이 얼마나 대비된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정부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활동은 공산주의를 적으로 삼는 육사 정체성이나 생도 교육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군은 이념의 군대가 되어선 안 된다. ‘육사는 공산주의와 싸워야 한다’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만약 자유주의 진영의 국가가 우리를 공격한다면, 군은 가만히 있겠다는 것인가? 육사의 존립 목적은 공산주의와의 전쟁이 아니라, 오로지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역할을 하는 데 있다. 군의 인식은 시대착오적인 매카시즘이다.”
―육사의 뿌리는 어디에 둬야 하는가?
“해방 뒤 친일파가 나라를 장악했듯 육사도 똑같았다. 일본 간도특설대에 있었던 자들이 육사의 생도 훈육,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생도대를 장악했다. 일제 땐 친일 앞잡이에게 고개 숙이고, 군사독재 시절엔 정부 향해 박수 치던 육사는 바뀌어야 한다. 육사는 단순히 전투원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전쟁을 수행할 지도자를 키우는 곳인 만큼 ‘민족을 지키는 군대’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한다. 결국 항일 독립전쟁을 치른 광복군과 독립군의 역사를 이어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홍범도 지우기’ 등 역사 전쟁에 뛰어들었다.
“군대가 정치에 종속된 형국이다. 진급에 눈멀고, 인생의 목표가 장군이 되는 것에 있다면 군은 얼마나 다루기 쉬운 조직이 되겠나. 장관도 대통령에게 잘 보이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 군이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이런 일은)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정치 기득권에 휘둘려 광복군 정신이라는 뿌리를 지키기는커녕 파헤치고 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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