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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승만 과오 덮고 미화 나선 윤석열 정부의 역사전쟁

등록 2023-12-26 18:12수정 2023-12-27 02:41

국가보훈부가 25일 ‘세계 속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선정한 2024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승만, 김원식, 김창환, 데이지 호킹, 마가렛 샌더먼 데이비스, 플로이드 윌리엄 톰킨스, 프레드릭 에이 맥켄지, 루이 마랭, 채찬, 이사벨라 멘지스
국가보훈부가 25일 ‘세계 속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선정한 2024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승만, 김원식, 김창환, 데이지 호킹, 마가렛 샌더먼 데이비스, 플로이드 윌리엄 톰킨스, 프레드릭 에이 맥켄지, 루이 마랭, 채찬, 이사벨라 멘지스

국가보훈부가 내년 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선정하고, 국방부는 이 전 대통령을 “혜안의 지도자”로 미화하는 정신전력교육 교재를 내놨다. ‘홍범도 지우기’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는 ‘이승만 국부 만들기’로 또다시 이념전쟁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보훈부는 25일 ‘세계 속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2024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 38명을 선정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포함시켰다. 이 전 대통령은 일제강점기에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상해(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되는 등 외교 중심의 독립운동가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독립운동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과오를 저지른 인물이기도 하다. 해방 뒤 초대 대통령이 된 뒤에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빨갱이로 몰아 친일파 청산을 방해하기도 했다. 또 한국전쟁 당시에는 한강 인도교를 폭파해 시민들의 피난을 막았고, 수많은 민간인 학살이 벌어지게 한 책임이 있다. 이후 종신집권을 목표로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가 4·19 시민혁명으로 물러난 독재 행적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1992년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이 시작된 이후 지난 32년 동안 진보·보수 정부 모두 이 전 대통령을 제외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와서 그 과오가 갑자기 사라졌을 리 없는데, 무리한 이승만 영웅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국방부도 26일 새로 발간한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혜안과 정치적 결단으로 공산주의 확산을 막은 지도자”로 평가하는 내용을 넣었다. 5년마다 개정되는 이번 교재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이 전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발판으로 “오늘날 모든 국민이 진정한 자유와 평화, 번영의 가치를 누리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군에 배포되는 이 교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잘못은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편향된 교육에 나서는 건 대단히 위험한 역사 왜곡이다.

윤석열 정부는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흉상을 철거하는 등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폄훼하는 등 시대착오적 이념전쟁으로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 특히 뚜렷한 국민 공감대 수렴도 없이 진행된 이번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은 이승만 국부 만들기에 주력해온 뉴라이트의 역사관에 따라, 지지세력을 모으고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역사적 평가를 뒤집는 이승만 과오 지우기를 멈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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