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4월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특수선사업부에서 해군 1800t급 잠수함 홍범도함 진수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해군 참모총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해군은 이날 해군본부에서 역대 참모총장들이 참가하는 정책자문회의를 열었다. 전 해군 참모총장 10여명이 회의에 참석해 국방혁신 4.0 해군 추진계획,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행사 소개 등 공식 의제를 논의한 가운데, 몇몇 전 총장이 최근 논란이 된 홍범도함 명칭 변경 움직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낸 걸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전 보훈처장)은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일부 참석자가 홍범도함 명칭 변경 움직임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해군이 (함명 변경 필요 여부를) 검토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고 정부도 함명 변경 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기에, 전직 참모총장들이 어떤 공통의 입장을 내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 전 총장은 “무형 전력이 유형 전력 만큼이나 중요한데, 군함에 있어서는 그 명칭이 무형 전력의 하나다”라며, “해군의 문화와 정체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전 총장은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던 사실은 정부가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 훈장을 수여한 1962년에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실관계가 달라진 것이 없으니 군함 이름을 바꿀 이유도 새로 생기지 않았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장군의 공산당 입당은 일본에 대한 독립 투쟁을 하기 위한 지원을 소련으로부터 받고, 고려인들이 생활에 피해를 안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1962년 당시나 지금이나 공산 정권에 적극 협조한 것이 아닌 단순 가담자는 공산당 입당 사실을 포상 과정에서 문제 삼지 않는 걸로 규정이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해군 1800t급 잠수함 홍범도함을 두고 “명칭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지 않겠나, 이렇게 보고 있다”며 함명 변경을
시사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의 주적과 전투해야 하는 군함 이름을 공산당원이었던 사람(이름)으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 이튿날인 이달 1일 기자들을 만나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