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선진대안포럼에 참석한 토론자들. 왼쪽부터 김근식 경남대 교수, 서동만 상지대 교수, 박순성 동국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⑦ 북한, 평화로 가는 불편한 동반자
남한 독자성 부정하는 주장 국민 호응 못얻어
북 당국 관료적 태도가 민간운동 제약하기도 미국을 반대하고 자주를 강조해온 통일운동에 대한 고언과 비판도 이어졌다. 북 인권 문제에 대한 합리적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문제의 민간 부문을 대표하는 이들 세력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았다. 서동만 교수는 “통일운동의 희생적 헌신이 이룬 공헌은 인정하지만, 북한에 대한 현실적·객관적 인식이 국민 저변으로 확대된만큼, 북한 문제는 이제 통일운동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서 교수는 이른바 ‘통일지상주의’를 우려했다.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을 대표적 사례로 꼽으면서, “남한의 상대적 독자성을 부정하는 그런 통일담론은 다수의 호응을 받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태호 처장은 “세계사의 지형이 크게 변하고 있는데, 민족해방파(NL)와 민중민주파(PD) 모두 일국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그런 점에서 최근 통일운동 진영이 제기하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관점도 여전히 협소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박순성 교수는 보다 직설적으로 말했다. “보수세력이 (통일운동세력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맥아더 동상 철거문제에서 드러나듯이 결과적으론 극우·극좌의 대결이 적대적 공생관계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일반 국민과 괴리된 통일담론을 평화담론과 함께 재구성해서 두 담론의 문제의식을 함께 이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처장은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처장은 “남북의 민간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자기 입맛에 맞거나 자기 주장에 반대하지 않는 쪽과만 대화하는 식의 ‘낯가림’은 문제”라며 “북쪽의 관료적 태도가 민간운동의 적극적 역할을 제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참여정부 대북정책 점점 보수로 큰방향 좋았지만 “성과 부실” 평가 대세
북핵문제 올인하다 한-미 관계 대응 못해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참석자들의 평가는 인색했다. 참여정부가 ‘북한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북 정책의 큰 방향은 괜찮은데, 실제 성과는 많지 않았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박순성 교수는 “‘동북아 균형자론’과 ‘협력적 자주국방론’ 등은 그 표현의 부적절성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협력을 연결시켜 파악하고 국가전략을 마련하려는 좋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원칙의 상실과 전략의 부재”(박순성 교수) “신뢰구축과 국민적 합의의 실패”(박태균 교수) “원칙은 이상주의, 실천은 편의주의”(김근식 교수) 등이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는 표현들이었다. 이태호 처장은 “평화외교의 큰 원칙을 대외적으로 분명히 하고 대내적으로 관철시키는 노력이 부족했고, 이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도 일관되고 명확한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대북 정책의 막힌 매듭은 대미·대북 정책의 엇박자에서 비롯됐다. “북핵 문제에 ‘올인’하다가 거꾸로 한-미관계에 대한 종합적 대응을 못했다”는 게 서동만 교수의 판단이다. 서 교수는 “한-미관계가 북핵문제에 덜미가 잡혔다”고 표현했다.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한-미관계에서 양보한 댓가로 북핵문제에서 어떤 양보를 얻어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박순성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참여정부의 외교·안보·통일·대북 정책이 안보와 동맹을 강조하는 보수진영의 태도에 점점 더 가까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넓게 보자면, 북한 인권을 빌미삼아 냉전·반공주의가 새롭게 득세하는 환경을 참여정부도 제공하고 있는 셈이라는 이야기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친북·반북 넘어선 ‘합리적 대북인식’ 이 주류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가 최근 급부상한 이유를 보수세력의 공세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참석자들은 한국 사회 내부의 ‘대북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진보세력이 북 인권 문제를 에둘러 왔던 것은 이런 큰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던 탓도 있다. 김근식 교수는 3단계에 걸친 ‘대북 인식’의 변화를 설명했다. 1970년대의 냉전·반북 의식, 80년대의 탈냉전·북한바로알기의 흐름, 90년대 이후 친북적 북한 이해에 대한 재인식 등이 그것이다. 김 교수가 말하는 핵심은 현재 한국사회에 반북과 친북 사이의 광범위한 중간층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친북·반북 경향이 동시에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짚었다. “양 극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시대가 왔고, 여기에서 진보세력의 새로운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보수세력들이 민주화와 함께 보편적으로 확산된 시민들의 인권의식에 호소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고 분석했다. 진보세력이 주도한 민주화의 결과가 이젠 진보세력의 ‘약한 고리’를 향해 또다른 질문을 던지는 형국이 된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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