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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단둥르포] 북녘, 힘겨운 여름나기

등록 2006-07-31 20:11수정 2006-07-31 23:42

중국에서 북한으로 가는 화물을 실은 트럭들이 31일 오전 압록강의 안개 낀 조중우호교를 건너 단둥에서 신의주로 들어가고 있다. 단둥/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중국에서 북한으로 가는 화물을 실은 트럭들이 31일 오전 압록강의 안개 낀 조중우호교를 건너 단둥에서 신의주로 들어가고 있다. 단둥/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미사일 고립’에 개방 주춤하고
홍수피해로 식량난 깊어지고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압록강 나루에서 유람선을 타면 신의주와 10m가 채 안 되는 지척까지 배가 지나간다. 30일 오전, 장마가 북상해 큰비를 뿌렸어도 북쪽 아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게를 잡고 어른들은 더러 낚시를 했다. 단둥시 동북쪽 위화도·다지도·간적도 등 북한 소유의 압록강 내 충적평야엔 옥수수가 알을 키우는 소리가 뽀드득 들렸다. 강둑 보수공사를 하던 북한 인민군들은 “사진 찍지 말라!”고만 소리 지를 뿐, 일체 말이 없다.

미사일 위기와 홍수로 인한 식량난과는 전혀 상관없는 나른한 강마을 풍경이다. 속내도 그럴까?

단둥은 북-중 국경도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교역량도 많다. 주중엔 매일 8t짜리 화물트럭들이 중국산 생필품 등 각종 화물을 싣고 줄지어 압록강 철교를 건넜다가, 광산품 등 북한 물자를 싣고 나온다. 화물열차도 이틀에 한 번 철교를 건너가고, 단둥 둥강항을 통한 해운도 활발하다. 물자뿐 아니라 북-중 사이 사람 왕래가 가장 활발한 곳도 단둥이다. 베이징∼평양 사이엔 이틀에 한 편씩 국제열차가 운행된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가는 화물을 실은 트럭들이 31일 오전 압록강의 안개 낀 조중우호교를 건너 단둥에서 신의주로 들어가고 있다.(위쪽) 오른쪽 작은 사진은 중국 단둥의 압록강에 인접한 북송용 송유관 시설의 모습. 안쪽에 파이프라인이 보인다. 여기서 밸브를 잠그면 북한에서는 기름을 받을 수 없다.  단둥/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중국에서 북한으로 가는 화물을 실은 트럭들이 31일 오전 압록강의 안개 낀 조중우호교를 건너 단둥에서 신의주로 들어가고 있다.(위쪽) 오른쪽 작은 사진은 중국 단둥의 압록강에 인접한 북송용 송유관 시설의 모습. 안쪽에 파이프라인이 보인다. 여기서 밸브를 잠그면 북한에서는 기름을 받을 수 없다. 단둥/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단둥은 북한이 식량과 에너지 등 생존에 필수적인 물자를 들여오는 요충지다. 단둥시 동북쪽 주롄청진 상젠촌 압록강변의 송유관 기지는 그 상징이다. 다칭에서 온 송유관은 압록강을 땅밑으로 지나 북한으로 이어진다고 이곳 주민들은 알고 있다. 송유관 바로 위에 있는 농지에는 “지하에 고온·고압·가연·가폭발의 송유관이 매설돼 있다”며 “송유관 중심 양쪽 이내에는 나무를 심는 등 깊이 땅을 파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이곳이 북으로 가는 송유관 길임을 알려준다.

지난달 5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북한은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식량난을 호소했고, 7월 중순엔 홍수 피해를 크게 입었다. 북한과 교류가 가장 많은 도시 단둥에서 만난 무역 관계자, 시 관계자들은 미사일·핵 등으로 인한 긴장이 북한의 경제와 개방 속도에 서서히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조금 더 고립될 것이라는 얘기다.

29일 중국 단둥 호산장성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옥수수밭에서 작업을 하던 북한 주민들이 쉬고 있다. 초록 바탕에 하얗게 보이는 것이 옥수수 수술이다. 단둥/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29일 중국 단둥 호산장성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옥수수밭에서 작업을 하던 북한 주민들이 쉬고 있다. 초록 바탕에 하얗게 보이는 것이 옥수수 수술이다. 단둥/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단기적으로는 식량난의 가중이 가장 큰 문제다. 북에 자주 드나들며 북-중 국경무역에 종사하는 단둥의 한 중국인 기업가는 30일 “매년 4∼6월 춘궁기 때 북한의 식량난이 가장 심각해지다가 감자·옥수수가 나오는 7∼8월에 숨통을 터왔다”며, “올해는 7월에 강원 산간지역과 평남의 곡창지대가 홍수 피해를 입어 감자·옥수수 등은 물론 벼 같은 주요 작물의 생산량도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얘길 들었다”고 전했다.

30일 단둥의 압록강철교엔 아직 평소 이상의 물자 이동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1996년 북한의 수재와 2004년 용천 폭발사고 때 중국의 구호물자는 줄지어 이 철교를 건넜다. 단둥시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올해 중국 쪽에서 북으로 건너간 구호물자는 아직 없다”며 “북쪽의 공식 요청 또한 아직 없었다”고 전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개방과 경제개혁에 주름살이 잡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북한 관광객 수가 크게 줄고 있다. 단둥시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매년 초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관광객의 총수를 3만∼5만명으로 제한해 발표해왔다. 단둥시 한 여행사의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6일과 7일 일정의 평양·묘향산 등 관광상품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단둥에서 출발해 신의주 등 가까운 지역을 돌아보는 1일 관광·2일 관광 등의 상품은 아예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관광객 총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도 관광 식당에 공급할 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단둥시의 다른 관계자는 이날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에 투자한 중국 기업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북으로부터 자본 철수 등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긴장이 지속될 경우 대북 추가 투자를 망설일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개방과 경제개혁은 다시 주춤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단둥/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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