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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KAL기 폭파, 의혹 350여건 일부 풀었지만 상당수 미궁

등록 2006-08-01 19:02수정 2006-08-01 23:54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위원들이 1일 오전 국정원에서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과 1992년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위원들이 1일 오전 국정원에서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과 1992년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화동 사진속 김현희, 안기부 발표때 잘못 지적”
김씨 아버지 신원·바레인서 행적등 여전히 베일속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가 1일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해 그동안 제기됐던 몇몇 의혹들을 풀었다. 하지만, 김현희씨에 대한 조사가 무산되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베일 속에 남게 됐다.

김현희 화동사진 등 규명=과거사위는 폭파 사건과 관련해 유족과 언론 등에서 제기된 의혹이 모두 350여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것은 김현희씨의 어릴 적 ‘화동 사진’.

과거사위는 1970년대 초반 일본 공산당 기관지의 평양 특파원으로부터 화동들이 나온 새로운 사진 36장을 입수해 ‘증거물’로 활용했다. 기존의 사진들과 새로 입수한 사진을 비교 분석한 결과, 1972년 11월 평양 남북조절위원회에 당시 중학생이던 김현희씨가 화동으로 나온 것은 사실임이 확인됐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안기부가 수사 발표때 김현희씨로 지목한 것은 다른 사람임이 드러났다며, 당시의 허술한 일처리를 지적했다.

김현희씨가 북한 여권명으로 진술한 ‘김옥화’가 옛 소련 모스크바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동한 사실이 새롭게 입증된 것도 큰 진전이다. 과거사위는 김현희와 김승일이 비행기 탑승 전에 김옥화와 김성악이라는 이름으로 모스크바에서 부다페스트로 이동했으며, 또다른 북한 공작원인 최문식, 최송팔, 박철함 등과 함께 동행했다는 출입국 기록을 헝가리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 이어 5월7∼16일 현지 탐사를 통해 미얀마 해저에서 사고기 동체로 추정되는 인공조형물을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다. 올해 말로 예정된 추가 조사때 이 인공조형물이 사고기 잔해임을 최종 확인한다면, 그동안 가장 큰 의혹으로 남아있던 폭파 과정을 규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비행기의 블랙박스가 수거된다면 폭파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재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기부 등이 1987년 대통령 선거 전에 김현희씨를 압송해와 선거에 이용하려한 사실이 드러했으나, 압송 날짜가 선거 전날인 12월15일이 된 것은 바레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의도보다 인도 시기를 연기해 빚어진 일로 밝혀졌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 행적 등 ‘미궁’=김현희씨의 이력이나 아버지의 신원, 바레인에서의 행적 등은 여전히 미궁으로 남아있다.


김현희씨와 안기부는 김씨의 아버지가 앙골라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이라고 밝혔는데, 앙골라에는 북한의 무역대표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 문제가 된 바 있다. 특수 요원이라지만, 모든 것을 자백하는 마당에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엉뚱한 답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김씨가 화동 사진에서 자신이 아닌 엉뚱한 사람을 자신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비행기에서 내린 뒤 김씨가 곧바로 도피하지 않고 이틀동안 바레인에 머문 것을 두고는 과거사위도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본인에 대한 조사 또는 남북 합동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왼쪽은 1988년 3월6일 북한의 정희선이 총련과의 기자회견에서 사진 속 4번이 자신이고 3번은 김송희라며 김현희씨는 사진 속에 없다고 주장한 사진. 안기부는 애초 4번을 김현희씨로 지목했다. 3번 자리에 김씨가 있었으나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은 1990년 2월15일 일본인 하기와라 료가 자신의 저서 에 공개한 같은 행사 사진. 3번이 김현희씨이고 나머지는 왼쪽 사진의 각 번호와 동일 인물이다. 국정원 진실위 제공
왼쪽은 1988년 3월6일 북한의 정희선이 총련과의 기자회견에서 사진 속 4번이 자신이고 3번은 김송희라며 김현희씨는 사진 속에 없다고 주장한 사진. 안기부는 애초 4번을 김현희씨로 지목했다. 3번 자리에 김씨가 있었으나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은 1990년 2월15일 일본인 하기와라 료가 자신의 저서 에 공개한 같은 행사 사진. 3번이 김현희씨이고 나머지는 왼쪽 사진의 각 번호와 동일 인물이다. 국정원 진실위 제공


면담거부·국정원 비협조로 알맹이 빠져
김현희 조사 왜 못했나

대한항공 858기 잔해로 추정되는 매몰체가 발견된 지점(Heinze Bok라고 표기된 곳)과 사고기 잔해들이 발견된 지점들(1~7번 번호 매겨진 곳). 국정원 진실위 제공
대한항공 858기 잔해로 추정되는 매몰체가 발견된 지점(Heinze Bok라고 표기된 곳)과 사고기 잔해들이 발견된 지점들(1~7번 번호 매겨진 곳). 국정원 진실위 제공
국정원 과거사위의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를 두고 ‘반쪽짜리도 안되는 진상조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건의 가장 핵심 인물인 김현희씨를 면담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사위는 지난해부터 10여차례에 걸쳐 국정원을 통해 김씨가 조사를 받도록 설득했으나, 김씨는 “폭파 사건을 재조사하는 국정원에 대한 배신감”을 이유로 면담을 거부했다. 이에 과거사위는 발표 직전까지도 김씨의 남편과 친척 등을 통해 설득을 계속했지만, 끝내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씨의 강한 반발 분위기를 전해들은 민간위원들은 김씨에 대한 직접 조사를 추진했지만, 이번엔 국정원의 반대에 부닥쳤다. 김씨 신변보호 필요성과 관련 법률을 이유로 김씨의 주소지를 알려줄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안광복 국정원 기조실장도 1일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주소지가 알려질 경우 잘못하면 (의문의 살해를 당한) 제2의 이한영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정보제공 불가’를 주장했다.

하지만, 민간위원들의 분위기는 강경하다. 특별사면을 받은 마당에 역사의 증인이 되어 달라는 과거사위의 요구에 반발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또 민간위원들은 김씨를 감싸고 도는 국정원의 과거청산 의지에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 위원은 “김현희씨 조사도 못한 채 무슨 중간발표냐”며 이날 발표 자체를 취소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사위의 한 위원은 “국정원 과거사위는 국정원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내부에 설치한 기관인데 개인정보에 관한 법률을 들어 주소지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김현희씨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위원회가 무슨 858기 폭파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느냐고 물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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