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차 한-미 한보협의회(SCM) 한국 수석대표인 윤광웅 국방장관이 20일 밤(한국시각) 워싱턴 미국 국방부를 방문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전략핵무기까지 사용 가능 개념
한미연례안보협 문안 조정 진통
한미연례안보협 문안 조정 진통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20일(현지시각) 제 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열어, 북한 핵실험에 대응해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확고히 보장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를 위해 두 나라 국방장관은 미국은 ‘확장된 억지력’이라는 구체적 개념의 핵우산 제공을 한국에 확약한다는 데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확장된 억지력’이란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적국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는 물론 전략핵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군사적 개념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 회원국들의 안전보장 방안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과거 동서 냉전시기 미국은 옛 소련이 서유럽을 침공할 경우 전략핵무기까지 동원해 소련 본토를 보복공격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는 적국의 모든 형태의 잠재적 공격에 동등한 수준으로 대응할 수 있는 억지력을 행사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나라는 성명서 문안 조정과정에서 이전 안보협의회와 달리 적잖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는 1978년 이래로 늘 안보협의회 직후 미국의 핵우산 제공 약속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한국이 북한 핵실험 사태를 맞아 국내 안보불안 해소와 대북 경고 차원에서 한층 구체적인 핵우산 개념의 명기를 요구한 반면, 미국 쪽에선 유보적인 입장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에프페통신>은 미국은 이번 협의회의 실무협의 과정에서 그동안 해온 선언적 내용 이상으로 ‘핵우산 제공’ 문안을 구체화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고 미국 고위 관리의 말을 따 보도했다.
앞서 두 나라는 18일 열린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핵우산의 구체적 보장에 합의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전략지침을 내린 바 있다.
두 나라는 이날 협의회에서 또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전시작통권) 환수를 핵심으로 하는 한-미 군사지휘관계 변화 로드맵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04년 10월 이후 실시해온 ‘한-미 동맹 비전’ 공동연구 결과도 발표해 남북관계의 화해협력 단계에서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또 평화공존 단계에서는 한국은 평화통일을 위한 한반도 안보 여건 개선을 주도하고 미국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두 나라 국방장관은 이밖에 군산 앞바다에 있는 주한미군용 직도 사격장 설치와 대테러전 공조 등 군사공조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워싱턴/손원제 기자, 김도형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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