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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한·미 정상회담] 미, 북핵 평화해결 의지 밝혀

등록 2006-11-19 19:34수정 2006-11-19 19:47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환담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환담하고 있다.
부시 “핵 야망 포기하면 경제적 인센티브”
‘악의적 무시’서 ‘실질 해결’로 분위기 바껴

한·미·일 3국 연쇄 정상회담

노무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기간 동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1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1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19일)과 각각 정상회담을 하며 북핵 해법을 조율했다. 미·중·일·러 간에도 정상회담을 열었다. 6자 회담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을 방문해 북-중간 협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을 뺀 한·미·중·일·러 6자 회담 5개 참가국이 정상 차원의 북핵 해법 및 6자 회담 전략을 가다듬은 것이다. 핵심은 지난해 9월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의 합의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대북 금융제재가 그 해법을 가로막아왔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원론만 있고 각론에 대한 답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9월 정상회담에 비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18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양자 정상회담 결과 설명을 마친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공식 발표용 발언만은 아닌 듯하다. 18일 오후 송 실장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회담을 했고, 19일 아침엔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실무협의를 벌였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6자 회담 수석대표의 19일 협의는 예정에 없던 일로, 정상들의 의지를 구체화하는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부시, 평화적·외교적 해결 의지 적극 피력=부시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북한이 핵무기와 핵 야망을 포기하면 안전보장과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북한 지도자들이 알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북핵 폐기에 대응한 관계정상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의 한국전쟁 종료 선언 발언도 부시 대통령이 핵폐기-관계정상화라는 ‘빅딜’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부시 대통령은 대북 상응 조처에 대한 미국의 방침을 노 대통령한테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깊은 논의를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이를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18일 낮 한-미-일 정상회담에선, “동북아 문제에 깊은 관심과 노력를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고 송 실장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악의적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명 다른 분위기다. 이를 두고 정부 핵심 관계자는 19일 “외교적 수사가 아닌, 실질적 문제 해결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금융제재 해법은 아직 불투명=그러나 ‘상응조처’의 구체 내용은 아직 알려진 게 없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6자 회담 참가국들이 열심히 협의하고 있고, 상당히 진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중유 제공 등 다양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6자 회담을 1년 이상 장기 공전·교착시키고 있는 핵심 장애물인 방코 델타 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 등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다. 이는 6자회담이 재개돼 북-미간 실무작업그룹이 가동되면 그 안에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송 실장은 “미국이 현 상황을 해결하는 전체의 틀 속에서 미국의 법령과 내부 절차에 따라 해결할 문제로, 정상간에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1718호 이행 문제 등 제재와 압박 문제도 당연히 논의됐다. “한국이 취하고 있는 조처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조처 가운데)북한에 가장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데 양 정상이 평가를 같이 했다”는 송 실장의 전언이 눈에 띈다. 대북 제재 조처에서 한-미간 이견이 없다는 발표이지만, 한국의 고강도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는 미국 쪽 주문이 담긴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또 미국은 한-미-일 3자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긴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시함으로써, 중국을 통한 대북 설득·압박 병행구도를 재확인했다.

한국, 이라크·레바논 파병 협조=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계속 주둔 의지를 밝히며 한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중동지역에 대한 한국의 이해관계를 거론하며 자이툰부대의 (감축)연장 주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송 실장은 “양국이 지금껏 취해온 것처럼 서로 긴밀하게 협의해나갈 것”이라는 외교적 수사로 포장해 공개했다.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 문제도, 노 대통령은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에 대한 한국의 적극 역할과 의지”를 밝히는 것으로 파병 방침을 전했다. 중간선거 패배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부시 대통령한테, 노 대통령이 ‘최대한의 성의 표시’를 한 셈이다.

한-미 동맹 문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이양 일정 등 “기존 합의 사항을 그대로 이행해나간다”고 합의했다. 이에 대해선 부시, 노무현 대통령의 이해가 일치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탄력적·신축적으로 풀어가기로 했다.

하노이/이제훈, 신승근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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