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부 장관(가운데)과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왼쪽부터) 등 전·현직 장관들이 13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6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 공동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임동원 전 통일 ‘정당·종교·시민단체 공동회의’ 참석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총지휘하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오랜만에 공개 자리에 나와, 포용정책에 바탕한 일관성 있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임 전 장관의 발언은 북핵 실험 이후 다소 흔들렸던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 조언과 동시에 6자회담 재개라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정책방향에 대한 지원사격의 의미를 띠고 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로 13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5회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 공동회의’엔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정세현 전 장관이 자리를 함께해 세 명의 전·현직 통일부 장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임 전 장관은 기조발표에서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고당국자(김정일 국방위원장)만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으로 북쪽 최고당국자와 직접 대화가 필수적”이라며 “필요시 수시로 특사를 교환하고 정상회담을 개최해 의사소통을 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의 지론이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뒤 포용정책을 공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포용정책은 “강자만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자신감을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핵과 남북관계 병행론 또한 그의 지론이다. 그는 “북핵문제를 남북관계 개선 문제와 연계시키지 말고 병행해야 한다”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북쪽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대외적 입지도 강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 전 장관은 위로부터의 변화를 보완할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에서 보다 많은 접촉과 교류를 확대·추진하고, 인도적 지원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식량과 비료 지원을 재개하는 것이 남북관계 경색을 푸는 하나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며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임 전 장관은 “클린턴의 포용정책은 성공했으나 부시의 적대정책은 실패한 것”이라고 진단한 뒤 “(북한의) 안보위협을 제거해 주어야 할 나라도, 경제제재를 해제해 주어야 할 나라도, 적대정책을 버리고 관계정상화를 추진해야 할 나라도 미국”이라며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편, 이재정 장관은 축사에서 “한반도의 비극은 긴 역사를 갖고 있고 많은 아픔을 가져왔다”며 “인도적 가치를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인식하고 펴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화해와 관용이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인 정세현 전 장관도 대회사를 통해 “우리 모두는 지금 화해와 협력과 평화번영의 길을 걸으며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 한반도 평화통일은 물론 동북아 세계평화의 주체가 되고 그 중심부에 우뚝 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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