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전 청와대 특보(오른쪽)와 문정인 교수가 14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와 전망을 놓고 대담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점진적 통일 첫걸음은 정상회담 정례화”
“북방한계선, 논쟁 피하고 실무회담 넘겨야”
“북방한계선, 논쟁 피하고 실무회담 넘겨야”
임동원 ‘국가연합-연방제 공통점’ 확인, 1차 정상회담 합의 발전시켜야
문정인 북 국제무대 참여 확대방안 논의, 평화-번영 선순환 구조 이뤄내야 남북이 2차 정상회담으로 쾌속 항진하고 있다. 14일 개성 준비접촉 합의는 기대 이상이었다. 1차 정상회담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남북은 1차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열어놓은 길을 따라 이제 새로운 길을 열려고 한다. 대통령 특보로 1차 정상회담에서 핵심적 구실을 한 임동원 세종재단 이사장과 학자로선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조언했던 문정인 연세대 교수에게 그 길을 물었다. 1차 정상회담에선 무엇을 논의했으며,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점심을 포함해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대담은 2차 정상회담을 이해하는 훌륭한 지침이 될 만하다. 아쉽게도 너무 민감해 담지 못한 말들도 있다. 사회=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의미를 어떻게 보나? 임동원(이하 ‘임’)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대단히 잘 된 일이다. 첫째, 현 정부 임기 중에 남북정상회담이 한번은 열려야 한다. 못열리고, 다음 정부가 정상회담을 하려면 엄청난 기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둘째, 6자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개시하자는 데 합의해 머잖아 4자 회담이 열릴 텐데, 그 전에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분단 고착이 아니라 통일을 지향할 수 있도록 남북간에 먼저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문정인(이하 ‘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게 정례화하면 남북연합이 빨리 될 수 있다고 늘 강조해왔다. 두 정상의 만남이 정례화하면 총리, 각료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유럽연합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이 점에서 남북연합으로 가는 첫걸음은 정상회담 정례화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북쪽이 이제는 남쪽의 중요성을 깨닫는 듯 하다. 전에는 혼자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이제는 남쪽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평화와 번영이 선순환을 이루는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1차 정상회담 때와 비교해보면? 임=1차, 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가 경험한 것은 미-북 관계의 진전 없이 남북관계도 진전될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이다. 1차 정상회담 때도 1998년 미국의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제기,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등 안보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우리가 제기한 포괄적 포용정책에 따라 한-미 정책공조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페리 프로세스라 불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시작해, 미-북관계가 개선되며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했다. 이번에도 지난 6년간 2차 핵위기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정책을 급선회해 미-북 직접대화가 되고, 6자 회담에서의 2·13합의를 배경으로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 아닌가. 이런 점에서 배경과 전략적 환경에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문=지금 보면 클린턴, 부시 행정부가 서로 다를 게 하나도 없다. 클린턴 1기는 무관심 정책, 부시 1기는 대북 적대정책이었다. 첫 임기 4년간 무관심 적대시 정책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위기가 왔을 때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반전됐다. 금창리 핵위기는 페리프로세스로 극복됐고, 올해 6자 회담 2·13합의의 이면에는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있다. 미국 변수나 국제정세가 상당히 중요하지만, 남북관계가 미국 정책변화의 종속 변수가 되는 일을 이제는 지양해 나가야 한다. 사회=1차와 비교해 2차 정상회담에선 어떤 문제들이 주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임=의제를 놓고 이런 저런 논란이 있지만, 정상회담은 장관급회담이나 경제 등 분야별 회담과 달리 차원이 대단히 높은 회의다. 따라서 특정 의제보다는 공동의 관심분야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나누는 데 의의가 있다. 정상회담은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논의가 가능하다. 뭘 합의할 것인가는 별개다. 1차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 △통일 문제 △교류협력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한 기타 관심사항 등 4가지가 이른바 관심분야로 다뤄졌다. 2차 회담에서도 결국 같을 것이다. 평화, 통일문제, 교류협력 등을 통해 민족공동체를 어떻게 건설해나갈 것인가, 여기에 기타 관심사항을 더해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문=남북간의 정상회담은 일반 정상회담과 많이 다르다. 일반 정상회담은 실무선에서 의제를 도출해 합의문을 만들고 정상은 서명만 하면 되는 의전적 상향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여하는 수뇌회담은 기본적으로 하향식이다. 두 정상이 공식 비공식 만남에서 다양한 화제와 의제를 열어놓고 더 많이 얘기할 수 있다. 배석한 사람들이 그걸 기록해 그 뒤에 의제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평화와 번영, 인도적 문제를 포함한 남북간의 공동체 문제 세가지에 더해 북쪽의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포함하면 좋겠다. 북-미관계와 북-일관계, 북쪽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참여 등에서 남쪽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북쪽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폭넓게 협의하면 좋겠다.
사회=그렇다면 각각의 관심분야들은 어떻게 논의될 것으로 보는가.
임=1차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게 통일문제다. 남은 흡수통일, 북은 적화통일과 남침 의도가 담긴 통일관을 갖고 마주앉아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며 북은 통일방안 합의를 강하게 주장했다. 우리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토대로 통일은 목적인 동시에 과정이니 점진적 단계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통일에 앞서 평화공존하고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과정을 관리하는 협력기구가 필요한데, 그걸 연합이라고 설명하고 설득했다. 6·15공동선언의 2항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국가연합이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합의는 점진적 단계적 통일에 합의한 것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이를 재확인하면 될 것이다. 아울러 이 국가연합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정상회담 정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장관급회담을 세분화해서 경제, 국방, 사회문화 등 분야별 장관급회담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공동위도 관심분야별로 여러개 만들고. 남북의 국회대표들이 평의회처럼 남북이 공유하는 법률 등을 논의해야 한다. 이런 게 제도화한 것이 바로 남북연합이기 때문이다.
문=점진적 통일방안으로서 남북연합, 북쪽이 말하는 낮은단계 연방제를 하려면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상회담이 정례화하고, 그와 함께 각료 연석회의를 여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의회 차원의 협력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통일 과정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도 방지되고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이나 국제정세에 남북관계가 흔들릴 일도 없을 것이다. 2차 회담에서는 정상회담 정례화를 명문화해 구속력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회=평화문제가 강조되고 있는데, 1차 회담 때 이 문제는 어떻게 논의했나?
임=1차 회담 때는 평화문제에서 크게 세가지를 논의했다. 우선 불가침 문제다. 전쟁 나면 민족 공멸을 초래한다, 그러니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불가침 합의한 것 꼭 지키자. 그러려면 남북이 서로 비방중상하지말고 상대방을 전복하려고 하는 활동도 하지 말자. 북은 남쪽의 주적 개념에 상당한 불만을 제기했다. 둘째,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 위해 군사적 신뢰구축 조처 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국방장관회담을 여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그 해 9월에 1차 국방장관회담이 제주에서 열렸다. 셋째, 미국과 북한이 적대관계 유지하는 한 한반도 평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건 북쪽에서 주장한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과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를 준수해서, 미-북 관계정상화가 빨리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은 김대중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과 가까우니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등 서방 여러나라들과의 관계정상화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문제도 나왔다.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미군이 통일 후에도 한반도에 있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했다. 다만 전제는 북에 대한 적대적 군대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유지군으로 지위와 성격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평화와 관련해 세가지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 △남북군비통제협상(신뢰구축과 군비감축)의 개시와 국방장관 회담 재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문제다. 잘못하면 현상유지에 그쳐 분단을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 구축이 돼야 한다.
문=한반도 동북아의 전략적 불안정 요인은 북한 핵문제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분명히 논의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남북 논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둘째,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문제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하노이 아펙 정상회담을 계기로 종전선언, 평화협약 하자는 제안을 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의 구조를 만들려면 4자 협약이 필요한데, 의제를 개발하고 밀고 나가는 데 남북이 좀 더 전향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현실인식이 있었으면 한다. 셋째, 군사문제에서는 우선 군사훈련 상호 통보와 참관, 군인력의 교류, 정보교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문제 등 운용적 군비통제인 신뢰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군사공동위와 국방장관회담이 정례화될 필요가 있다.
사회=교류협력 문제에서는 어떤 진전을 예상하는가?
‘한반도 비핵화’ 재확인 필요
북 기반시설 현대화 뜻 모아야
이산가족·보안법도 얘기될것 임=1차 때 교류협력은 평화통일이 말로 되는 게 아니고 교류협력을 실천해서 신뢰를 쌓아가며 이룩될 수 있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제기됐다. 김 대통령은 경협 사회문화 교류협력 등 실천가능한 사업부터 하자고 했다. 그런 과정 거쳐 ‘5대 중점사업’에 합의했다. △철도·도로 연결 △서해안 산업공단 건설 △금강산을 포함한 관광사업 확대 발전 △이산가족과 사회문화 교류, 그리고 이런 것을 다 가능하게 하기 위한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 등 5개 사업에 대한 합의가 6·15공동선언 4항에 담겼다. 그런데 당시 북쪽은 사회간접자본 등 정부간 협력사업보다는 그해 5월에 현대와 합의한 7대 경협사업 중심으로 민간 경협사업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7년간의 경협을 확대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하면 된다. 여기에 덧붙여 북의 사회기반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한 전력, 교통, 항만 현대화 등의 문제를 남북 당국간에 진지하게 협의해 나가는 데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요컨대 남북 공동의 번영을 위해 남북경제공동체를 형성·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평화틀 의제 전향적 태도 절실
실질적 지원위한 ‘연구위’ 제안
‘북방경제’ 중요성 깊이 다뤄야 문=실질적 진전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개성·평양 도로 개보수, 남포항 현대화, 전력공급 등 사회간접자본 쪽에서 북쪽의 요구가 많다. 둘째, 북에서 특구를 계속 제안하는데, 북의 경제가 체계적으로 발전하려면 남북이 공동으로 특구연구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셋째, 지금 우리 미래의 번영을 좌우하는 것으로서 북방경제권이 상당히 중요하게 대두하고 있다. 북도 중국에 너무 예속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북방경제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에 관한 남북 정상의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개인 생각으론 개성공단에 대해 두 정상이 축복을 줄 필요가 있다. 육로를 이용한다면, 회담을 마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개성으로 함께 내려와서 공단을 둘러보면 국제적인 전시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사회=이산가족과 같은 인도적 문제 등 그 밖의 다른 문제들은 어떤가? 임=1차 때는 이산가족 문제가 가장 중요했다. 당국간 회담, 2차 정상회담 문제 등도 논의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국가보안법, 주한미군 등도 논의됐다. 이번에도 여러 얘기 있을 것이다. 북방한계선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논쟁을 벌일 일이 아니다. 국방장관회담을 빨리 열어 그런 모든 문제를 토의하자는 수준 이상으로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납북자, 6·25 전쟁포로 문제 등은 국민 관심사이니까 대통령이 분명히 거론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상봉은 계속한다는 식으로 (합의문에) 들어가면 좋겠다. 사회=끝으로 2차 정상회담의 결과를 전망 한다면? 임=잘 될 것이다. 6·15공동선언의 성과에 토대를 두고 남북관계를 확대 발전시키는 계기가 반드시 되리라 본다. 1차 회담 때에는 교류협력을 중심으로 이야기한 것이고, 이번에는 평화 문제가, 마침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문제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제일 중요한 두 정상의 관심사이자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본다. 문=국제정세 등 환경이 잘 조성된 거 같다. 2차 정상회담은 다음 정부를 누가 맡든 보다 발전된 남북관계를 넘겨주는 ‘아름다운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한나라당에겐 이런 축복이 없을 것이다.
정리 이제훈 이용인 기자 nomad@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정인 북 국제무대 참여 확대방안 논의, 평화-번영 선순환 구조 이뤄내야 남북이 2차 정상회담으로 쾌속 항진하고 있다. 14일 개성 준비접촉 합의는 기대 이상이었다. 1차 정상회담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남북은 1차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열어놓은 길을 따라 이제 새로운 길을 열려고 한다. 대통령 특보로 1차 정상회담에서 핵심적 구실을 한 임동원 세종재단 이사장과 학자로선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조언했던 문정인 연세대 교수에게 그 길을 물었다. 1차 정상회담에선 무엇을 논의했으며,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점심을 포함해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대담은 2차 정상회담을 이해하는 훌륭한 지침이 될 만하다. 아쉽게도 너무 민감해 담지 못한 말들도 있다. 사회=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의미를 어떻게 보나? 임동원(이하 ‘임’)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대단히 잘 된 일이다. 첫째, 현 정부 임기 중에 남북정상회담이 한번은 열려야 한다. 못열리고, 다음 정부가 정상회담을 하려면 엄청난 기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둘째, 6자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개시하자는 데 합의해 머잖아 4자 회담이 열릴 텐데, 그 전에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분단 고착이 아니라 통일을 지향할 수 있도록 남북간에 먼저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문정인(이하 ‘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게 정례화하면 남북연합이 빨리 될 수 있다고 늘 강조해왔다. 두 정상의 만남이 정례화하면 총리, 각료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유럽연합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이 점에서 남북연합으로 가는 첫걸음은 정상회담 정례화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북쪽이 이제는 남쪽의 중요성을 깨닫는 듯 하다. 전에는 혼자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이제는 남쪽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평화와 번영이 선순환을 이루는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1차 정상회담 때와 비교해보면? 임=1차, 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가 경험한 것은 미-북 관계의 진전 없이 남북관계도 진전될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이다. 1차 정상회담 때도 1998년 미국의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제기,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등 안보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우리가 제기한 포괄적 포용정책에 따라 한-미 정책공조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페리 프로세스라 불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시작해, 미-북관계가 개선되며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했다. 이번에도 지난 6년간 2차 핵위기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정책을 급선회해 미-북 직접대화가 되고, 6자 회담에서의 2·13합의를 배경으로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 아닌가. 이런 점에서 배경과 전략적 환경에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문=지금 보면 클린턴, 부시 행정부가 서로 다를 게 하나도 없다. 클린턴 1기는 무관심 정책, 부시 1기는 대북 적대정책이었다. 첫 임기 4년간 무관심 적대시 정책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위기가 왔을 때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반전됐다. 금창리 핵위기는 페리프로세스로 극복됐고, 올해 6자 회담 2·13합의의 이면에는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있다. 미국 변수나 국제정세가 상당히 중요하지만, 남북관계가 미국 정책변화의 종속 변수가 되는 일을 이제는 지양해 나가야 한다. 사회=1차와 비교해 2차 정상회담에선 어떤 문제들이 주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임동원
문정인
북 기반시설 현대화 뜻 모아야
이산가족·보안법도 얘기될것 임=1차 때 교류협력은 평화통일이 말로 되는 게 아니고 교류협력을 실천해서 신뢰를 쌓아가며 이룩될 수 있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제기됐다. 김 대통령은 경협 사회문화 교류협력 등 실천가능한 사업부터 하자고 했다. 그런 과정 거쳐 ‘5대 중점사업’에 합의했다. △철도·도로 연결 △서해안 산업공단 건설 △금강산을 포함한 관광사업 확대 발전 △이산가족과 사회문화 교류, 그리고 이런 것을 다 가능하게 하기 위한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 등 5개 사업에 대한 합의가 6·15공동선언 4항에 담겼다. 그런데 당시 북쪽은 사회간접자본 등 정부간 협력사업보다는 그해 5월에 현대와 합의한 7대 경협사업 중심으로 민간 경협사업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7년간의 경협을 확대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하면 된다. 여기에 덧붙여 북의 사회기반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한 전력, 교통, 항만 현대화 등의 문제를 남북 당국간에 진지하게 협의해 나가는 데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요컨대 남북 공동의 번영을 위해 남북경제공동체를 형성·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평화틀 의제 전향적 태도 절실
실질적 지원위한 ‘연구위’ 제안
‘북방경제’ 중요성 깊이 다뤄야 문=실질적 진전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개성·평양 도로 개보수, 남포항 현대화, 전력공급 등 사회간접자본 쪽에서 북쪽의 요구가 많다. 둘째, 북에서 특구를 계속 제안하는데, 북의 경제가 체계적으로 발전하려면 남북이 공동으로 특구연구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셋째, 지금 우리 미래의 번영을 좌우하는 것으로서 북방경제권이 상당히 중요하게 대두하고 있다. 북도 중국에 너무 예속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북방경제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에 관한 남북 정상의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개인 생각으론 개성공단에 대해 두 정상이 축복을 줄 필요가 있다. 육로를 이용한다면, 회담을 마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개성으로 함께 내려와서 공단을 둘러보면 국제적인 전시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사회=이산가족과 같은 인도적 문제 등 그 밖의 다른 문제들은 어떤가? 임=1차 때는 이산가족 문제가 가장 중요했다. 당국간 회담, 2차 정상회담 문제 등도 논의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국가보안법, 주한미군 등도 논의됐다. 이번에도 여러 얘기 있을 것이다. 북방한계선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논쟁을 벌일 일이 아니다. 국방장관회담을 빨리 열어 그런 모든 문제를 토의하자는 수준 이상으로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납북자, 6·25 전쟁포로 문제 등은 국민 관심사이니까 대통령이 분명히 거론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상봉은 계속한다는 식으로 (합의문에) 들어가면 좋겠다. 사회=끝으로 2차 정상회담의 결과를 전망 한다면? 임=잘 될 것이다. 6·15공동선언의 성과에 토대를 두고 남북관계를 확대 발전시키는 계기가 반드시 되리라 본다. 1차 회담 때에는 교류협력을 중심으로 이야기한 것이고, 이번에는 평화 문제가, 마침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문제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제일 중요한 두 정상의 관심사이자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본다. 문=국제정세 등 환경이 잘 조성된 거 같다. 2차 정상회담은 다음 정부를 누가 맡든 보다 발전된 남북관계를 넘겨주는 ‘아름다운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한나라당에겐 이런 축복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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