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대북 식량지원 ‘한국만 왕따’

등록 2008-05-15 20:45수정 2008-05-16 02:52

2007년 북한식량 사정 (추정치)
2007년 북한식량 사정 (추정치)
미국 50만t 지원 등 공식화…북한 자체해결 거듭 천명
북 먼저 요청 판단 빗나가…한나라당서도 비판 목소리
남북 당국관계의 단절로 외교적으로 궁색해진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서도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남한이 북한의 지원 요청을 대북 식량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사실상 내걸고 있던 터에,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6자 회담 핵신고 국면의 급진전과 함께 미국이 북한에 식량 50만t 지원 방침을 공식화하는 등 식량난에 빠진 북한을 도우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한 정부는 ‘북한이 요청하면 협의를 거쳐 지원할 것’이라는 기존 방침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남쪽에 식량지원을 먼저 요청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북쪽 관영 매체들은 “현시기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박하고 중요한 일은 없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14일 <조선중앙방송>)을 전하면서 ‘식량문제 자체 해결’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10일 <로동신문> 사설) 남쪽에 식량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애초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자신감에 넘쳤다. 최근까지도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급할 게 없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식량 사정이 급한 북쪽이 결국 먼저 지원 요청을 해올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북-미 양자협상을 동력으로 한 북핵 문제의 급진전으로 대북 식량 지원 문제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통미봉남’ 분위기가 연출되자, 다급해졌다.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도 좀더 유연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선 지원 요청을 대북 식량지원의 ‘조건’으로 해석하거나, 북한이 지원 요청을 하지 않으면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지원요청과 무관하게 지원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15일 “여건이 되면 언제라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이상의 뾰족수가 없다. 남한이 먼저 대북지원을 제안할 수도 없다. 북한으로부터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기류는 부정적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규모 식량지원은 △간접비용이 많이 들고 △차관 방식의 남북간 식량 지원 관례에 부합하지 않으며 △남북관계 지렛대로 구실할 수 없는 등의 난점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국제기구나 민간 비정부기구를 통해 간접 지원할 생각은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지원은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지원하려다 중단한 옥수수 5만t 등 여러 지원 방안을 실무선에서 검토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한나라당도 정부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지 말고 우리 동포를 위하는 인도적 견지에서 식량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이다.

권혁철 이제훈 기자 nu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