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경위 달라진 점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여전히 풀리지않는 의문들
여전히 풀리지않는 의문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금강산 관광객 사망 경위와 관련해 일부 이전과 다른 새로운 설명을 내놓았다. 정부 합동조사단도 박아무개(53·여)씨의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사건 진상을 둘러싼 일부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숨진 지점·호텔나온 시각 달라져…일반인 보행속도 근접
‘1발 경고사격 뒤 3발 조준사격’ 설명도 목격자 증언과 차이
■ 이동거리 의문은 풀릴 수도 박씨가 숙소인 비치호텔을 나온 시각이 기존의 새벽 4시31분에서 4시18분으로 앞당겨졌다. 현대아산은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정확한 시각을 측정한 결과 비치호텔 폐쇄회로 티브이에 설정된 시간이 실제보다 12분50초 빨리 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박씨의 이동거리는 짧아졌다. 이번에 북쪽은 박씨가 초병에게 제지당한 지점이 울타리에서 북쪽 영내로 800m 들어간 지점이고, 총격으로 사망한 지점도 울타리에서 300m 떨어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춰보면 박씨는 총 2.4㎞를 이동했다. 기존 설명보다 0.9㎞가량 줄어든 거리다. 윤 사장은 “차이가 나는 것은 사건 당시 현장 확인을 갔던 북쪽 관계자와 우리 직원들이 현장에서 눈으로 대략 가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쪽은 박씨가 초병에게 제지당한 시각이 새벽 4시50분께라고 윤 사장에게 설명했다. 윤 사장은 “박씨가 4시50분께 초병을 피해 달아나다가 4시55분~5시께 피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박씨의 이동거리를 둘러싼 의혹은 어느 정도 풀리는 측면이 있다. 박씨가 불과 20분 만에 3.3㎞를 이동한 것에서 30~40분 사이 2.4㎞를 움직인 것으로 달라져, 일반인의 평균 보행 속도인 시속 4㎞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 현장확인 없는 부검 한계 박씨는 오른쪽 가슴 뒤에서 앞으로 난 총창과 오른쪽 엉덩이에서 왼쪽 엉덩이 쪽으로 난 총창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총창 모두 지면과 평행하게 주검을 관통했다.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총기분석실장은 총알이 들어간 구멍 크기가 5.5mm인 점으로 볼 때 “총기는 북한군이 쓰는 AK-74계열의 88식 보총”이라고 말했다.
서중석 국과수 법의학 부장은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박씨의 몸에 맞은 두 발의 선후 관계나 정확한 사거리, 사격 방향 등은 추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명소리가 났다는 증언에 비춰 엉덩이를 먼저 맞고 치명타인 가슴을 맞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 부장은 “법의학 현장에서 보면, 심지어 심장 관통 총창을 입고서도 5~10㎞ 운전하고 갈 수 있다”며 “총창만 가지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 부장은 피격될 때 피해자가 어떤 자세였는지 묻는 질문에는 “관계자를 확보할 수 없어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면서도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과 엉덩이 부위 사출구와 사입구가 거의 다 일치했으며, 이 점은 단정할 순 없지만 생각해볼 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앞으로 주검의 관통 방향을 토대로 레이저를 이용해 사격 지점을 역추적하는 동물 사격 실험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 남는 의문점 초병의 경고 사격 여부는 여전히 미궁이다. 이번에 북쪽은 경고사격 1발 뒤 계속 달아나자 3발을 조준사격해 2발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쪽 관광객인 이인복(23)씨와 이아무개씨는 모두 1발의 총성과 비명소리, 그리고 다시 1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사격을 한 초병이 1명이었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윤 사장은 이번에 박씨를 발견해 총을 쏜 초병은 1명이고, 숨진 뒤 2명의 초병이 현장에 나타난 것이라는 북쪽 설명을 전했다. 하지만, 기생바위 쪽에 앞서 울타리 바로 근처에도 북한군 초소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부검 결과 발표에서도 두 총창 방향이 서로 직각으로 난 점 등을 들어 두 명 이상의 초병이 한꺼번에 사격을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국과수 쪽은 “현재로선 어떤 추정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초병이 관광객을 식별하지 못할 상황이었지에 대해서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현대 아산 쪽은 “새벽 4시50분~5시 사이에는 150m 이상 거리에서 남·여 구분이나 어떤 사람인지를 식별하기 조금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1발 경고사격 뒤 3발 조준사격’ 설명도 목격자 증언과 차이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 부장(오른쪽)이 16일 오후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금강산 총격 사망 피해자의 부검 결과를 설명한 뒤, 김동환 총기분석실장이 추가 설명을 하러 나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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