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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강성대국 목표 초강수…대외공급이 ‘열쇠’

등록 2009-12-09 08:09수정 2009-12-09 08:11

김연철 한겨레통일연구소장
김연철 한겨레통일연구소장
[북 화폐개혁 이후] 전문가 시각
평양시 현대화·인민생활 향상 실적 부담 ‘초조’
내수확대 어려워 남북·대미관계 정상화 힘쓸것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북한의 화폐개혁은 시장의 돈을 흡수해서 국영부문에서 풀겠다는 것이다. 시장 세력의 장롱 화폐는 일정한도만 100분의 1로 평가절하해서 바꿔준다. 통화량을 흡수해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국영부문의 임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명목임금은 결과적으로 100배 인상됐다. 국영부문의 통화량은 그대로다. 통화량 흡수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것은 주된 목적이 아니다.

그러면 뭔가? 화폐개혁은 후유증이 크다. 잃은 자의 상실감은 크고, 얻은 자의 이익은 순간이다. 명목임금이 인상되어도 물가를 잡지 못하면, 실질임금의 가치는 떨어진다. 또한 단기적으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북한은 2002년, 2008년, 새로운 화폐까지 만들어 놓고도, 결국 화폐 교환을 단행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 지금인가? 결정적 차이는 시간이다. 북한은 초조하다. 2012년 강성대국이라는 목표가 다가오고 있다. 평양시 현대화를 비롯한 건축수요는 늘고 있고,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실적에 대한 부담도 크다. 그래서 정치적 수요에 필요한 돈을 시장의 장롱화폐를 흡수해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후계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공급이다.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대내적으로 생산을 증가시키거나, 대외 경제관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국내 차원의 공급확대와 관련해, 북한 당국의 입장은 모순이다. 생산성 증가를 위해서는 인센티브의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북한 당국은 계획을 강조한다. 그것은 아니다. 왜 최근 몇 년 동안 생산이 증가했을까? 그것은 시장거래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현물지표보다 금액지표를 앞세우고, 기업의 이익처분권을 부여한 효과다. 임금과 물가안정, 모든 것을 공급확대에 의존하게 해놓고, 오히려 생산증가에 반하는 정책을 선택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물가 안정화를 위해서는 특히 식량공급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식량가격이 기준가격이기 때문이다. 식량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중가격이 다시 발생한다. 국정가격으로 공급받지 못하면, 시장으로 간다. 그러면 실질임금이 떨어지고, 북한 원화의 가치 또한 다시 하락한다.

북한의 대내적인 공급확대정책의 혼선으로, 대외 공급문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왜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에 적극적인지, 또는 북-중 관계를 활성화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북한의 경제상황과 관련이 있다. 특히 남북관계가 중요하다. 북한의 대외무역 구조가 남북경협에서 흑자를 보고, 그것으로 북-중 무역의 적자를 보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식량이나 비료, 금강산 관광 대가, 개성공단의 임금으로 중국산 중저가 소비재와 생산설비를 구매해 왔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결국 대미 관계를 풀면서, 그 과정에서 필요한 현찰을 일본에서 구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부의 재분배 효과 ‘북한 붕괴’ 기우일뿐
시장세력·일부 권력층엔 ‘타격’ 대다수 근로자는 ‘지지 가능성’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최근 화폐개혁으로 북한 전체가 아수라장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국가의 ‘약탈’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집단행동과 북한의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그 이면에는 북한 주민 전체가 이번 화폐개혁에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기대일 뿐이다. 이번 조처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졌다. 시장참여로 축적한 부유층의 자산이 ‘성실하게 일하는’ 출근 근로자들에게 재분배되었다. 지지하는 계층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화폐개혁에 따른 경제주체별 손익을 살펴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최대 피해자는 중간도매상이나 소매상, 가내수공업자 등 중간층이다. 이들의 주된 사적 경제활동 영역은 대내 유통과 생산이다. 이들은 외화보다는 북한 원화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단속과 인허가 권한 남용 등 부정부패를 통해 부를 축적한 중하층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보유한 구권 원화 자산 중 교환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을 사실상 잃어버릴 수 있다.

수출입 등 대외거래에 종사하던 민간의 ‘큰 손’이나 권력엘리트 등 상층도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들의 자산이 외화일 가능성이 높고 외화환전이나 신권교환 능력도 클 수 있다. 따라서 그 피해가 중간층에 비해 적을 수 있다.

출근 근로자들의 소득은 국가적 ‘특혜’로 인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100:1로 화폐가 교환되는 상황에서 임금은 종전 수준으로 지급된다. 근로자들의 명목임금이 100배 수준으로 올라간다. 국영상업망 중심으로 유통을 정비하면서 가격도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처 수준으로 조정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대다수 출근 근로자들은 명목임금의 ‘폭증’과 물가하락을 통해 2중의 소득증대 효과를 얻게 된다. ‘성실하게 일하는’ 출근 근로자들이 이번 화폐개혁의 최대 수혜자다.

물론 향후 명목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통화량이 늘어나고 상품공급이 정상화되지 못해 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 이러한 혜택은 상실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부의 재분배를 통한 근로자들의 소득증대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화폐개혁과 정권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시장에서 하루벌이로 살아가던 주민들도 직장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수혜계층을 만든 목적이 북한의 후계체제 구축과 연결돼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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