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래 안끊긴 압록강 ‘조중우호교’ 22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조중우호교을 통해 중국 대형 트럭들이 줄지어 북한 신의주로 넘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한때 북중무역이 전면 재개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물동량은 이전보다 휠씬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단둥 지역 한인 사업가들은 전했다. 단둥/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북한-중국 접경지역 르포
북한인 실은 버스·철강·기계 운반 차량도 이동
인위적 통제 없지만 물동량은 전보다 훨씬 못해
북 선박엔 귀환령…중, 외국 언론인 감시 강화
북한인 실은 버스·철강·기계 운반 차량도 이동
인위적 통제 없지만 물동량은 전보다 훨씬 못해
북 선박엔 귀환령…중, 외국 언론인 감시 강화
22일 새벽 4시30분(현지시각) 중국과 북한을 잇는 랴오닝성 단둥시의 압록강철교(조중우의교), 굉음을 토하며 15량 규모의 녹색열차가 강을 건너 북녘 땅으로 넘어갔다. 오전에는 물품을 실은 트럭과 ‘국상’을 치르기 위해 다리를 건너 북한땅으로 향하는 여객버스들이 눈에 띄었다. 쌀·의류 등 생필품과 철강·공작기계·건자재 등 중간재 물품을 실은 중국 대형트럭들이 줄지어 북한으로 넘어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 때문에 오전 한때 북-중 무역 전면재개란 소문도 돌았으나 이날 물동량은 아직 이전보다는 훨씬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단둥지역 한인 사업가들은 말했다.
단둥에서 10여년간 대북교역 등 사업에 종사해온 한 한인 사업가는 “건축자재나 원자재 등은 원래 끊어지지 않고 통행했다”며 “일반 소비재 등은 인위적으로 세관을 막은 게 아니라 북쪽에서도 특별한 요구가 없고 중국 쪽에서는 저쪽 동향을 지켜보느라 주춤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들어 조금 왕래가 활발해지긴 했지만 아직 단둥을 통해 넘어가는 것은 북쪽으로 조문하러 가는 북한 사람들과 식량 및 장례 관련 물자가 대부분이다. 세관에서 북한 여권만 보이면 합법, 불법 체류를 불문하고 모두 들여보내고 있다고 현지의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한인 사업가들을 대신해 대북 교역의 자리를 차지한 1만여명의 북한 출신 화교들도 속속 다리를 건너 북한 땅으로 들어갔다. 단둥 일원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이들은 애초 이날 화교단체 창립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 물동은 여전히 전면중단 상태다. 북한과 관련있는 해운사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북쪽에서 나오는 배는 일체 없고, 나와 있는 화물선들도 27일까지 전면 귀환하라고 지시가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단둥 북한대표부 분향소에는 이날도 아침부터 흰 국화꽃 다발과 화환 등을 든 침통한 표정의 북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10평 남짓한 조문소에는 하얀 국화꽃 화환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조문객은 “심정이 어떠시냐”는 질문에 말없이 슬픈 미소만 지었다. 한때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한 송이 50전에서 25원까지 50배나 뛴 국화꽃값은 이날 공급이 조금 나아진 듯 가격이 떨어지는 조짐을 보였다.
단둥에 10여곳이나 되는 북한식당들은 여전히 굳게 문을 닫고 손님을 받지 않았다. 21일 밤 찾은 한 북한식당에서는 전체회의를 막 마친 듯 종업원들이 식당 홀에 모여 있었다. 몇몇 종업원은 초췌한 모습으로 책상에 엎드려 흐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문을 두드리자 한 종업원이 유리문 앞으로 와 말없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 압록강 건너 북한군 막사에서는 충격에서 조금 벗어난 듯 턱걸이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병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왕래는 조금 늘었지만 외국 언론들에 대한 감시의 눈길은 한층 강화됐다. 곳곳에서 취재기자들과 이를 막는 공안원들의 마찰이 이어졌다. 한 방송사 기자는 세관을 촬영하다 연행돼 1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풀려났고, 또다른 방송사 카메라기자는 중국인인데도 질문 한번에 연행됐다. 한 한국 기자는 북으로 향하는 트럭들을 취재하다 연행하려는 이곳 직원들과 수백 미터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다 붙잡혀 조사를 받고서야 풀려났다. 이 기자는 “북에 관해 질문하는 이들은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듯하다”고 전했다.
단둥(랴오닝성)/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단둥(랴오닝성)/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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