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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강성대국’ 상징…북-미관계보다 체제 안정 우선한듯

등록 2012-03-16 20:53수정 2012-03-16 22:57

북 ‘광명성 3호 발사 예고’
서해 동창리서 발사…주변국 영공 침범 안해
한·미·일 등 자극 최소화 ‘정치적 계산’ 깔린 듯
2·29합의와 배치…‘김정은 체제 불안정’ 분석도

북한의 16일 광명성 3호 발사 예고는 대외적 메시지라기보다 내부 정치적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과거 위성 발사는 북-미 대화가 파국으로 치달을 때 이를 돌파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용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정세는 지난달 북-미간 2·29 합의가 이뤄지는 등 ‘깜짝쇼’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반면 대내적으로는 갓 출범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 큰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다음달 김일성 주석의 생일과 당대표자회 등 굵직한 행사를 앞두고 주민 결속용 이벤트의 필요성이 크다.

북한은 이번에 과거보다 주변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외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위성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2·29 합의 위반 논란을 불러 한반도 정세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은 북-미 관계 개선보다는 내부 체제 안정에 더 무게를 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왜 철산군인가? 북한은 지금까지 1998년, 2006년, 2009년 세 차례 장거리 발사체를 쏘아올리면서 모두 동해 쪽의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발사했다. 서해 쪽의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사장은 2000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해 지난해 초 완공된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 선택은 첫 시험발사라는 측면 이외에 정치적 파급효과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서해안 쪽의 동창리 발사장은 지리적 특성상 남한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영공을 지나지 않고 바로 공해상으로 날아갈 수 있다. 주변국의 자극을 최소화하려는 북한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음직한 대목이다. 발사 방향을 “남쪽 방향”이라고 밝힌 대목도 눈에 띈다. 로켓이 미국 쪽으로 날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창리 발사장이 대형 발사체 발사에 더 적합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동창리 발사장은 무수단리 발사장보다 5배 넓고 발사대도 1.5배 크다.

■ 북한 내부의 정책 혼선 북한이 국내 체제 안정을 위해 위성 발사를 선택한 것은 북한에서 위성 발사가 갖는 정치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연말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인공지구위성의 제작 및 발사”를 핵 보유 등과 함께 김 위원장의 혁명유산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북한은 지난 1월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2009년 위성 발사 당시 종합지휘소를 찾아 관계자들과 악수하는 장면을 방영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인민군 전략로켓사령부 시찰 장면을 내보냈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위성 발사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과시하는 더할 나위 없는 선전용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의 갑작스런 위성 발사 예고는 그만큼 김정은 체제가 아직은 불안정하다는 방증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간 2·29 합의를 한 지 불과 보름 남짓 만에 갑작스럽게 미국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위성 발사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미간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위성 발사를 하겠다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는 없던 일”이라며 “북한 내부의 온건파와 강경파간 주도권 다툼을 제대로 조율하고 통제할 리더십이 작동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 남한과 미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에 대해 즉각 유엔 안보리 결의와 북-미간 2·29 합의 위반을 들고나왔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위성 발사 뒤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 1874호는 “북한이 어떤 추가적인 핵실험 또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하지 않도록 요구한다”고 되어 있다. 결의안은 또 “북한이 탄도미사일 관련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에 대한 기존 약속을 재확립하도록 결정한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북-미간 2·29 합의에서도 “결실 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분명히 핵실험과 함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임시 중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발사가 미사일이 아니라 ‘실용위성’, ‘지구관측위성’, ‘평화적인 과학기술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사일이나 위성의 발사 기술이 사실상 같은 탄도 발사 기술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주장은 한·미·일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사일이냐, 위성이냐의 논란은 발사체인 로켓의 머리 부분에 폭탄을 장착하느냐, 위성을 장착하느냐의 차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9년 발사 때도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난 성명과 대북 제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미국은 당장 명시적으로 2·29 합의 결렬을 선언하진 않았다. 그러나 연말 대선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의 폭은 넓어 보이지 않는다. 국내 여론의 반발이 심할 경우, 대북 식량지원 취소는 물론이고 최근 기지개를 켠 북-미 대화도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 북한 미사일·위성 발사 역사

1998년 ‘대포동 1호’ 2009년 ‘광명성 2호’

* 대포동 1호: 북 주장 ‘광명성 1호’

북한은 1970년대 중·후반 이집트로부터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을 들여와 분해해 역설계 작업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미사일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북한은 중거리를 거쳐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매진했고, 1998년 3단계 추진체로 구성된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다. 대포동 1호는 사거리가 1800~2500㎞에 이르고 무게도 25t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당시 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를 발사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국과 미국 등은 이를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파악했다. 핵과 더불어 미사일을 북한의 최대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듬해인 1999년 미국과 북한이 경제제재 해소와 핵·미사일 실험 유예 등에 합의하면서 미사일 논란은 수그러든다.

하지만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가 어그러질 때마다 북한은 핵과 함께 미사일 카드를 꺼내들었다. 2006년 미국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자, 그해 7월 북한은 사거리가 6000㎞에 이르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노동·스커드 등 중거리 미사일 6기도 함께 발사됐다. 그해 10월에는 핵실험도 강행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남북관계가 악화한 2009년 4월에도 장거리 추진체가 발사됐다. 북한 당국은 ‘은하 2’ 로켓 추진체에 ‘광명성 2호’ 인공위성을 탑재해 발사했고 이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궤도 진입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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