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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싱크탱크 시각] 우린 그걸 뭐라 부를 것인가 / 강태호

등록 2012-04-04 19:39수정 2013-05-16 16:33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북 발사체는 위성? 미사일?
미국은 식량중단 말하면서도
직접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2009년 4월5일 북한은 광명성 2호 인공위성을 탑재한 은하 2호 로켓을 발사했다. 꼭 3년 전 오늘이다. 우린 조만간 또다른 발사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달라진 게 뭔가. 지난 3년 북한은 더 나빠졌고, 북한의 나쁜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한 오바마·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뭘 했는가라는 질문에 궁색할 수밖에 없다. 안보리 제재는 고통만 줬을 뿐 북한을 바꾸진 못했다.

북한은 은하(광명성)라 하고 미국은 대포동이라고 부른다. ‘인공위성인가 미사일인가’는 답이 없는 소모적인 논쟁만 낳을 뿐이다. 핵문제에서도 미국과 북한은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은 위성 발사가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주권적 권리라고 하듯이, 농축우라늄도 경수로형 원료이며 평화적 핵이용에 관한 주권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미사일이냐 위성이냐의 논란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건 미사일이며 인공위성이다. 핵물질이자 경수로용 원료다. 본디 이중적인 것이다. 어디를 보는가, 어떤 입장에서 보는가에 따라 다를 뿐이다. 강경론자들은 북한은 합의를 해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겠지만 2·29 합의에는 이 문제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식량(영양식)을 중단하겠다는 미국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이 서로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미사일이니 핵무기니 폐기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해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20년 이상을 끌어온 문제다. 그래서 우리가 그것을 뭐라 부를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난 2009년 3월11일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은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을 ‘우주발사체’라고 표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중했으며 일방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광명성 2호를 쏘아올린 4월5일 새벽 체코 프라하에서 보고를 접한 오바마는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북한과 악수할 수 있다고 했고,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야심찬 비전을 담은 연설을 한 그는 이를 정면도발로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미국은 위성 발사를 대포동2 탄도미사일로 못박고 제재로 갔다. 북한은 굴복하지 않고 핵실험이라는 더 큰 도발로 나왔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한 협상은 불가능하다.

2·29 합의는 엄밀히 말하면 ‘합의’가 아니다. 우린 그걸 합의로 부르지만 미국 정부의 공식 표현은 ‘어그리먼트’가 아니라 ‘딜’이다. 굳이 말하면 주고받기다. 그 주고받기로 보면 식량지원으로 미국이 얻을 건 많다. 게다가 2·29에서 북·미는 미사일 발사 유예가 위성 발사 중단까지 포함한다는 데 합의한 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미사일 발사 유예를 위반했다고 강경하게 몰아붙여 북한이 우라늄 농축 중단 및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와 사찰을 거부하게 하고 핵실험의 명분으로 삼는 건 피하고 싶을 것이다. 식량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은 적극적으로 직접대화의 문을 열어두었다. 제임스 밀러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지명자는 지난달 29일 청문회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아울러 적절한 상황이 되면 북한과의 직접외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많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북한의 위성 발사는 새로운 미사일 협상의 가능성마저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 독일에서 열린 ‘트랙 2’의 북-미간 비공식 대화에서 미국은 중·러의 대리 위성발사를 제안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는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통해 미국에 제안한 것이다.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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