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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헬기는 왜 툭하면 떨어질까요

등록 2012-06-22 19:53

하어영 기자
하어영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충성!” 국방부에 출입하면서 가장 적응이 안 되는 게 출입증을 찍은 다음 문이 열리면 부동자세로 헌병이 경례를 한다는 것입니다. “수고하세요!” 경례보다 더 크게 인사해보지만 어색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적대보다는 평화를, 무기보다는 밥그릇을 더 중히 여기는 입장에서 국방부 출입이 뭔가 어색하지만, 그래서 더 제가 필요하다고 매일 다짐하며 국방부 건물 안에 들어섭니다. 앞으로 F-15K 전투기도 타보고, K-9 자주포도 쏴보고 나면 좀 달라질까요. 아니요. 별로 그러길 바라지 않는 하어영 기자입니다.

토요판팀 기자가 묻습니다. “요즘 헬기사고가 잦은 것 같아요. 헬기는 위험한가요?” 답에 앞서 자세를 바로합니다. 페루에서 순직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자! 시작합니다.

들여다보니 사고가 꽤 많았습니다. 이유도 가지가지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강원도 원주시에서 훈련중이던 육군 500MD 공격용 헬기(까맣게 튀겨진 동그란 핫도그 같이 생겼지요)가 불시착했습니다. 불시착이라는 표현은 추락의 완곡한 다른 말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사상자가 나왔으니까요. 그때의 원인은 비행하기 적절하지 않은 날씨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강풍이 불어도 헬기가? 그런가 하면, 지난해 9월 미 해병대 헬기가 추락한 건 매와 충돌했기 때문이라네요. 아니 새가 부딪쳐도 떨어지나? 게다가 그 헬기는 미 해병대가 자랑하는 공격용 코브라 헬기(못된 핫바같이 생겼죠)였어요. 흠, 코브라가 매한테 당한 거죠. 매는 붉은꼬리말똥가리로 몸길이가 1.2m, 몸무게가 1.3㎏이니, 크긴 큰 새지요. 그래도 길이가 10m가 넘는 헬기가 새 한마리에 떨어지다니요.

헬기는 항공기에 비해 저고도를 비행한다는군요. 새든 날씨든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항공기는 상대적으로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고도가 확보되지만 헬기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저고도를 날기 때문에 전선이나 전봇대에 걸릴 수도 있고 새와 충돌할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유는 날개가 회전날개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투기나 일반 항공기처럼 고정날개는 상대적으로 바람의 영향에서 자유롭다고 합니다. 그리고 헬기의 태생적 이유도 있습니다. 헬기는 용도상 주로 위급시 구조·탐색을 위해 날아오르는데, 대부분 기상이 악화돼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스스로의 약점을 참작하고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슬픈 운명을 지닌 것이기도 합니다.

정말 사고가 많을까요? 사실입니다. 2000년 이후 군용헬기가 추락하거나 불시착한 게 11회나 됩니다. 특히 앞서 말씀드린 500MD라는 기종은 1976년부터 국내에 약 250대가 도입된 노후 기종으로, 50여대가 기계 결함 등의 이유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추락했습니다. 이 정도면 날아다니는 것 자체가 불안할 정도입니다. 회전날개 비행물체는 대체로 위험한 듯합니다. 군 수송에 주로 사용하는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레이’를 미군들은 ‘과부 제조기’라고 부릅니다. 추락사고가 잦다는 것이죠.

사고가 새나 날씨 때문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정작 공군은 “인재가 많다”고 말합니다. 조종 미숙이나 공간정위상실 등이 주로 문제라고 합니다. 공간정위상실은 공중에서 신체감각기관이 오류를 일으켜 항공기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선회하다가 평행이 됐는데 계속 선회한다고 느껴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경험하지 못해봤으니 저도 상상 속의 일입니다.

하지만 헬기 기술도 다른 항공기술과 마찬가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을 당시 미 특수전 부대가 탔던 헬기 한 대가 추락했죠. 미군은 주력기종인 블랙호크(하늘을 나는 두꺼비라고 하면 될까요)라고 발표했으나, 전문가들은 스텔스 기능이 탑재된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사실 저는 헬기라고 하면 1980년대 텔레비전에서 방영됐던 미국 드라마 <출동 에어울프>를 떠올리곤 합니다. 거기에서는 음속(시속 1200㎞)보다 빠르게 비행하는 ‘안전한’ 헬기가 등장합니다. 20년이 지났지만 현실에서 가장 빠른 헬기도 시속 500㎞를 넘지 못합니다. 속도가 증가할수록 제트 기류가 발생해 회전날개 주변의 공기 흐름을 흐트려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고, 특히 음속을 넘어서면 발생되는 충격파가 회전날개를 부러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술 진화랍시고 말하다보니 안전보다는 군 작전에 주목한 기술들이네요. 하지만 당연히 안전 기술도 따라오겠지요. 그리되리라 믿습니다. 참, 마지막으로 도움 주신, 기자보다 더 친절한 공군 국방부 파견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공군 멋쟁이!

하어영 정치부 통일팀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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