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직원 3분의2 이상 귀경할 것…사실상 문닫을 수밖에”

등록 2013-04-08 21:45수정 2013-04-09 09:05

8일 오전 개성공단으로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들어선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파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8일 오전 개성공단으로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들어선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파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절망에 빠진 개성공단 입주기업
파주 출입사무소서 노심초사
의료진도 철수…불안감 증폭
가동중단 기업 19곳으로 늘어
“남북 하루빨리 대화 나서라”

개성공단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8일 “개성공단이 사실상 기능을 멈추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모두 떠나라고 했으니, 내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들이 개성공단 전체 인원의 3분의 2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기업협회의 다른 관계자도 “김관진 국방장관이 인질 구출 운운하며 북을 자극한 게 개성공단 사태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김 장관이 3일 “만약의 사태가 생기면 군사조치와 더불어 만반의 대책도 마련돼 있다”고 말하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치에서 “남쪽에서 대규모 억류사태 발생과 인질 구출 대책을 운운하며 사태를 극도로 험악하게 몰아가고 있다. (중략)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 근로자들을 전부 철수시키는 단호한 조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한 북한의 이번 조처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당장 도산을 걱정해야 하는 대혼란에 빠졌다. 벌써 대기업·중견기업 등의 주문이 취소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 한창 가을·겨울옷 주문을 받아야 하는 섬유기업들이다. 이들은 입주기업 123개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기도 하다(72개·58.5%). ㄱ입주기업 대표는 “며칠째 출입이 제한돼 결국 ㅂ업체에서 주문을 취소하겠다고 오늘 통보했다. 주문을 해외로 돌리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ㄴ입주기업 대표도 “섬유의류업은 봄·여름 패션과 가을·겨울 패션에 맞춰 두 차례 주문을 받는다. 가을·겨울 의류 주문을 3월 말이나 4월 초에 받아야 하는데 아직도 안 주고 있다”고 했다. 전기전자업종의 유아무개 대표도 “전기전자업체는 물론 다른 업종에서도 주문이 줄고 있다. 이 사태가 계속되면 입주기업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ㄷ입주기업 대표는 “수년간 어려움 속에서도 정부로부터 수억원을 대출받아 공장을 가동하며 겨우 주문을 회복했는데, 이제 어쩔 도리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북한의 진입 차단이 엿새째로 이어지며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 기업은 이날 기준 모두 19곳으로 늘어났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중단 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수를 세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고, 또다른 관계자도 “기업의 대량 도산에 대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ㄹ기업 관계자는 “의류업체는 가공을 하다 중단하면 작업했던 원단을 다 버릴 수밖에 없다. 납기는 고사하고 개성공단에 있는 원자재의 안전을 우려할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개성공단으로부터 인원 39명, 차량 21대가 남쪽으로 돌아와 현재 남은 인원은 내국인 479명(외국인 4명 포함)이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여 공단 통행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파주/길윤형, 이정훈 이승준 기자 charisma@hani.co.kr



개성공단은 어떤 곳?

123개 기업서 5만여명 근로
생산 4조7천억 규모로 성장

개성공단은 파탄지경에 이른 남북관계와 경제협력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현재 100만평 규모인 개성공단이 닻을 올린 것은 2000년 8월 현대와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개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다.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2003년 6월 공단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뜬 뒤 개성공단은 세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인한 금강산 관광 중단,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때도 부침은 있었지만 꾸준히 조업해 왔다.

2005년 18개 기업이 진출해 1491만달러(약 164억원)의 물품을 생산했던 개성공단은 2012년 말 123개 기업 4억6950만달러(5164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공단의 근로인원은 5만4234명(남한 근로자 786명 포함)이다. 남한 기업들은 월 100~150달러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개성공단은 경제효과 말고도 남북관계 개선에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 북쪽은 6·25전쟁 당시 남침 경로의 평야지대를 공단으로 내줬고, 이는 서부전선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진주의료원 노조 “귀족노조로 매도한 홍준표 고소”
아침식사 들쑥날쑥 복부지방 차곡차곡
고기의 ○○이 심장병 부른다?
서울 토박이, 올레 걷다 제주도에 눌러살다
MS “1년뒤 윈도XP 지원 전면 중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