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오바마 미 대통령,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
[토요판/리뷰&프리뷰] 다음주의 질문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이란은 이미 핵 국가이고, 아무도 이 지위를 훔쳐갈 수 없다… 그들은 제재와 위협을 가하면서, 이란이 핵에너지를 획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지난 9일 한 연설에서 ‘이란’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바꾸면, 우리가 익히 듣던 북한의 언사이다. 북한과 이란이 서로를 본받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핵 개발을 강행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1년 만에 재개된 이란 핵 국제회의가 6일 차기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난 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오히려 이란의 우라늄 추출 확대를 발표했다.
미국은 지금 두 개의 핵위기를 겪고 있다. 1963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가장 위험스런 핵위기다. 북한이 3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이란은 원숭이를 실은 위성을 대기권 밖으로 보낸 뒤 무사귀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일 미국 국방정보국은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도 핵무기를 탑재하는 미사일 기술 능력을 확보했다는 정보평가를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그동안 두 나라의 핵 문제에 대조적인 접근을 취했다. 이란에는 외교적 개입에 전력한 반면, 북한에는 의도적 무시와 방관 자세를 취했다. 북한에 대한 의도적 무시와 방관 정책은 ‘전략적 인내’라고 명명된 것처럼, 미국의 새 아시아 정책을 위한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심’ 혹은 ‘아시아 귀환’ 정책은 북한의 핵개발을 명분으로 착실히 전개되어 왔다.
북한의 도발과 핵위협 때마다, 미국은 한반도 주변을 중심으로 군사력을 증강했고, 중국은 속절없이 지켜보고만 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 위협은 미국 국방계의 염원인 미사일 방어망 구축의 필요성을 조야에 각인시켰다. ‘북한의 핵탑재 미사일 능력’에 대한 국방정보국 정보평가를 언론에 밝힌 더그 램본 공화당 하원의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미사일 방어망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우려해서 이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양쪽은 원하던 바를 어느 정도 얻었다. 특히 북한은 미국과 세계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만나고, 반 총장이 <시엔엔>(CNN)에서 한국말로 북한에 대화를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에 사실상 대화를 제의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북한은 호전적 언사와 행동으로, 위험스러운 선에서 가까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역시 동북아에서 위험한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동북아에서 더 이상의 위험스러운 스케이팅은 이란에 영향을 준다. ‘핵무기통제 위스콘신 프로젝트’의 사무총장 밸러리 린시는 “이란이 세계가 북한과 어떻게 대처하는가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12일부터 한·중·일 순방을 시작했다. 핵심은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 행사 촉구이다. 전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후원룽 군사과학원 연구원의 ‘누가 한반도의 말썽꾸러기인가’라는 기고를 통해, 지금 사태가 “미국이 아시아 회귀 전략으로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미국의 지위를 견고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오바마는 전화 한통으로 국면을 안정시킬 수 있으나,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민일보>도 “북한은 오바마와 통화 소통을 원하고 있다”며 “미국 지도자가 전화를 걸어 평화에 대한 성의를 보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라고 압박했다. 미국의 성의가 있어야 중국도 움직일 것이란 신호이다.
올해 초 방북한 미국 프로농구 출신 스타 데니스 로드먼은 김정은이 오바마의 전화를 기다린다고 전했다. 북한은 해법을 미리 던져놓고, 위기를 고조시킨 것인지 모르겠다. 다음주 한반도에서는 긴장과 대화의 기회가 모두 고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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