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호(9만7천t급)가 11일 오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입항하는 모습을 부산시민들이 신선대공원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니미츠호(CVN 68)는 길이 332m, 너비 76m로 축구장 3배 넓이의 비행갑판을 갖추고 있다. 높이는 23층 건물과 맞먹는다. 최고 속력이 30노트(시속 56km)인 이 항모는 슈퍼 호넷 전투기(F/A-18E/F)와 조기 경보기(호크아이 2000), 전자 전투기(EA-6B), 공격용 헬기 등 항공기 68대를 탑재하고 있다. 부산/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니미츠호 갑판엔 전투기 수십대
기자회견 자청…한미동맹 강조
북 “공공연한 위협 공갈” 비난
한반도 군사적 긴장 길어질듯
기자회견 자청…한미동맹 강조
북 “공공연한 위협 공갈” 비난
한반도 군사적 긴장 길어질듯
11일 오전 9시 부산 남구 용호동의 해군작전사령부(이하 해작사)에 입항한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는 ‘무언의 시위’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만재 배수량이 9만7t에 달하는 거대한 니미츠호의 선체 앞에서 한국 해군이 자랑하는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1만4500t)과 해군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7650t)은 왜소해 보였다. 항모의 갑판 위에는 미 해군의 주력 함재기인 슈퍼호닛과 호닛 수십여대가 날개를 접은 채 쏟아지는 봄볕을 맞으며 대기하고 있었다.
미군은 불과 며칠 전까지 니미츠호의 부산 입항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입항이 이뤄진 뒤엔 이를 감출 방법이 없는 듯했다. 거대한 항모의 모습은 해작사의 북동쪽에 자리 잡은 오륙도 SK뷰아파트에서도, 해작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늘빛교회 앞 광장에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항모의 위용을 십분 드러낸 입항은 미군의 힘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이를 극대화하려는 듯 마이클 화이트 니미츠 강습함대 전대장은 입항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60년에 이르는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훈련은 어느 특정한 사건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를 통해 우리가 지역 내 평화, 번영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위협에 좀 더 분명한 확장 억제력을 보여주길 원하는 한국의 요구에 미국이 성의 표시를 했음을 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삼고 있는 항모 조지워싱턴호가 6개월 동안 정비에 들어가 있는 탓에 니미츠호는 미국 본토 워싱턴주의 에버렛에서 부산까지 먼길을 떠나와야 했다. 니미츠호가 포함된 항모 전단은 13일부터 한반도의 동해와 남해상에서 해상 기동, 탐색, 재난 구조 등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북한은 예상대로 격렬히 비난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니미츠호의 입항을 두고 “우리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 공갈이고 조선반도에서 기어이 북침 핵전쟁의 불집(아주 위험성이 있는 곳)을 터뜨리기 위한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일부의 예상과 달리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길어질 조짐을 보여준다. 김종대 <디펜스포커스21> 편집장은 “한·미 두 나라가 북한과의 대화에 연연하거나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미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이대로 가다간 5월 하순께 북한이 미사일을 다시 발사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11일 오후 해작사 정문 앞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던 부산의 평화 시민단체 회원 2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해 이들의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산/길윤형 김광수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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