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생도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 앞에 29일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학교 현판이 선명하다. 뉴스1
미국, 대통령 나서 규율엄수 강조
매년 군 성범죄 보고서 공개에도
사건 84%는 묻히는 것으로 추정 한국, 육사 연1~2회 예방교육뿐
5년간 군 성범죄 실형 8% 불과
폐쇄적 문화탓 은폐 많을수도 육군사관학교에서 최근 발생한 사상 첫 생도간 성폭행 사건은 그동안 군내 성범죄에 안이하게 대처해온 우리 군의 고질병이 누적돼 터져나온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육사는 1998년부터 정원의 10%를 여생도들로 뽑아 지금은 학년당 30명 정도의 여생도가 있지만, 생도들 사이의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은 거의 하지 않았다. 29일 육군이 밝힌 육사 내 ‘성인지 및 성교육 실시 현황’ 자료를 보면, 육사가 그동안 시행한 성교육은 성희롱 예방, 성군기 사고 예방 등을 주제로 일년에 한두차례씩 연례적으로 진행한 강좌가 전부였다. 다른 쪽도 마찬가지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해사에서도 1년에 한두번씩 전문가를 불러 성교육 강의와 8차례 성인지력 향상 교육, 훈육관리 시간을 통해 예방교육을 하지만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견줘 미국에선 군내 성범죄를 막기 위해 철저한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미 국방부는 매년 성범죄 관련 보고서를 만들어 누리집에 올려 공개한다. 그래도 군내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해사 졸업식에 참석해 “군내 성폭력은 군내 신뢰와 규율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규율 엄수를 강조했고,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이튿날 육사 졸업식에서 “군내 성범죄는 심각한 배신행위”라고 선언했다.
이런 노력을 하는데도 미군 내 성범죄는 근절되기보다 일상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미국 사관학교에서 지난 1년 동안 여생도의 절반, 남생도의 10% 정도가 성희롱을 경험했고, 여생도의 12%와 남생도의 2%가 원치 않는 성접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급자에게 보고된 성폭행 건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80건 정도에 그쳤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군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84%는 보고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군보다 더욱 폐쇄적이고 여성차별적인 병영문화를 가진 우리 군의 성범죄 은폐 행태는 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여성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사건을 공식화한다 해도 가해자가 처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국감자료를 보면, 지난 5년 동안 여군을 대상으로 한 성 관련 범죄 48건 가운데 가해자가 실형을 받는 비율은 8.3%인 4건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들의 79.2%(35건)는 기소유예, 선고유예, 공소권 없음 등을 이유로 사실상 처벌받지 않았다.
이번 육사 성폭행 사건에서도 육군은 관련 사실을 일주일 가까이 쉬쉬하다 28일 밤 언론에 보도가 되고 나서야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사관생도는 졸업 후 초급 지휘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체계적인 성범죄 관련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야전에서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육군은 이날 이번 사건과 관련한 육군의 입장을 내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육사 교장 등 관련 지휘계통에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는 없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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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생활하는 생활관 내부 모습. 육군사관학교 누리집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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