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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마식령스키장 건설 올 안에 무조건 끝내자”
김정은 ‘속도전’ 구호 왜 다시 꺼냈나

등록 2013-06-05 20:32수정 2013-06-06 09:54

‘조선중앙통신’에 호소문 발표…사회 전분야 혁신 확산 강조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속도전’이라는 낡은 구호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전통적인 생산 현장이 아닌 스키장인데다, 이를 계기로 속도전을 사회 전 분야로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비서는 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호소문 ‘마식령 속도를 창조하여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자’에서 “당이 번개를 치면 군인 건설자들이 불굴의 정신력과 완강한 돌격전으로 ‘마식령 속도’를 창조하여…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올해 안으로 무조건 끝내자”고 독려했다. 올해 들어 처음 내놓은 호소문에서 2009년 이후 한동안 언급이 없던 ‘속도전’을 전면에 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호소문 곳곳에서 ‘21세기의 새로운 일당백 공격속도’, ‘폭풍처럼 전격적으로’, ‘단숨에의 정신으로’라는 표현을 동원해 속도를 거듭 강조한 김 비서는 특히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서 발휘되고 있는 군인들의 불굴의 투쟁정신, 투쟁기풍을 따라 배워 온 나라에 대혁신, 대비약의 불바람을 일으켜 나가자는 것이 바로 우리 당의 의도이며 결심”이라며 속도전의 전사회적 확산을 강조하고 나섰다. 마식령 스키장을 새로운 속도전의 모범으로 삼아 대중 동원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마식령은 함경남도 원산 부근에 있는 해발 768m의 고개로 김 비서는 지난달 26일 이곳에 조성중인 스키장 건설 현장을 시찰한 바 있다. 북한은 이 지역에 총 11만m(폭 40~120m) 길이의 활강로, 호텔, 헬기착륙장 등을 갖춘 “세계적인 스키장”을 만들 계획이다. 마식령은 원산항과 가깝고 평양~원산 고속도로가 주변을 지나고 있어 관광지에 적합한 입지를 갖췄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벌인 과거의 속도전이 성공으로 귀결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1974년 김일성 주석이 ‘70일 전투’ 등 많은 속도전 사업을 벌였지만 결과는 자원 배분의 왜곡으로 인한 경제의 황폐화로 끝났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1998년 회고록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경제적인 고려 없이 무작정 속도전이라거나 전격전의 구호를 내걸고 인민들을 무리하게 내몰아… 국가경제발전에 치명적인 차질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속도전은 통상적인 속도보다 더 빨리한다는 것인데, 당연히 여러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부실공사 등이 우려되고 여러 곳에서 자원을 무리하게 끌어오는 과정에서 (배분 왜곡 등의)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비서는 호소문에서 스키장 건설이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문화생활 조건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의식주 등 시민들의 기초 생활 욕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의 형편을 생각하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 지역을 관광지로 적극 개발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담긴 조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그 때문에 “그동안 속도전이란 말은 기간산업 건설이나 중요 물자 생산 등에 썼던 표현인데 이를 스키장과 같은 여가 시설에 붙였다”며 “이는 스키장을 기간산업으로 파악해 외국 관광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의도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중단된 상황에서 막대한 외자유치가 필요한 관광지 개발이 북의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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