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미국 핵위협 완전 종식”
‘비핵화’ 새 정의 시도 눈길
북 “조건 없는 대화” 내세워
미국은 ‘2·29합의’ 이행 요구할듯
‘비핵화’ 새 정의 시도 눈길
북 “조건 없는 대화” 내세워
미국은 ‘2·29합의’ 이행 요구할듯
북한이 16일 국방위원회 대변인의 중대담화를 통해 밝힌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미 대화 제의는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첫 반응이 “북한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겠다”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 북·미가 조만간 대화를 위해 마주앉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1월2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밝힌 지 불과 5개월 만에 비핵화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의지이고 결심”이라고 선언했다. 헌법보다 우위에 있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까지 언급하며 진정성을 입증하려 했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뉴욕 채널’이라는 기존 통로 대신 공개 메시지를 던졌고, 담화의 주체가 외무성이 아니라 사실상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화 제의에 상당한 무게가 실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그러면서 대화의 조건으로 핵 포기를 위한 신뢰할 만한 우선 조처를 요구해온 미국에 대해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전제조건에 대하여 말하지 말아야 한다”며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곧바로 수용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불신의 벽이 높다. 버락 오바마 정권은 2009년 4~5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2호 발사와 2차 핵실험을 거치며 “북한이 협력하지 않으면 미국도 돕지 않는다”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취해왔다. 그럼에도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화로 방향을 틀어 그해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친 북-미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그 성과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과 미국의 24만t 영양공급을 맞바꾼 2·29 합의였다.
그러나 북한은 합의가 이뤄진 지 두 달이 못 된 4월13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앞두고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쏘아올려 산통을 깨버렸다. 이후 지난 2월12일 세번째 핵실험을 감행했고, 이에 반대한 미국과 두 달 동안 군사적 대치를 이어갔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대화 제의를 거부하거나, 아니면 신뢰할 만한 선조처를 좀더 구체적인 형태로 다시 요구할 개연성이 커 보인다.
이날 북한의 담화는 미국과 북한이 실제로 테이블에 마주앉기 위한 길고 지루한 사전 협상의 첫걸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다시 주목되는 것이 2·29 합의다. 북한은 당시 핵·미사일 동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수용 등 ‘선조처’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북한의 대화 제의가 나온 직후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등 국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북핵 관련 안보리 결의의 주요 내용은 핵·미사일의 동결 등 2·29 합의와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북한은 세차례 핵실험과 지난해 12월 은하 3호 발사 성공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했다고 맞서고 있다. 따라서 북-미 대화의 재개 여부는 선조처를 둘러싼 양국의 기싸움에서 북한이 얼마나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지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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