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북-미 고위급회담 뒤 1년4개월만에
한·미·일 대표 19일 워싱턴서 만나
한·미·일 대표 19일 워싱턴서 만나
북한 외교정책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재등판’했다. 북한 쪽 대표로 2012년 2월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에 나타난 지 1년4개월 만이다.
김 제1부상은 19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전략대화를 한다. 그는 2004년 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2~6차 6자회담 수석대표, 2011년 7월~2012년 2월 3차례 북-미 고위급 회담의 대표를 맡아온 북한 최고의 ‘협상 일꾼’으로 꼽힌다.
김 제1부상의 등장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 이후 고조됐던 한반도의 긴장 국면이 일단락되고 본격적인 대화 국면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22~24일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중국 방문 이후 대화로 방향을 튼 북한이 16일 미국에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제의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발표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김 제1부상의 방중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북한의 대화 노력에 힘을 실었다.
김 제1부상의 이번 방중에서 최 국장의 방중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 더 구체적으론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북-미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북-중 간의 다양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일단 북한의 파격적인 대화 제의에 대해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이 16일 낸 설명을 보면 북한이 사실상 ‘2·29 합의’에서 약속한 사항, 즉 핵무기 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 영변 우라늄 농축 활동의 중지, 이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허용 등을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선 6자회담의 또다른 축인 한·미·일 3개국 회담 대표들이 워싱턴에서 만난다. 미국 국무부는 15일 한국의 신임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과 미국의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일본의 수석대표인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아주대양주 국장이 19일 워싱턴에서 만나 북한과 관련한 광범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21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만난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조 본부장에게 김 제1부상의 방중 결과를 어느 정도 설명해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대화 국면의 분수령은 이달 말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포럼(ARF)이 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남-북, 북-미 외무장관 회담 등이 성사되면 대화의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2011년 대화 국면에서도 7월 인도네시아 발리 아세안지역포럼에서 위성락 당시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과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회담한 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김 제1부상을 미국으로 초청해 북-미 고위급회담을 시작했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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