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공장 내부 “설비는 양호” 지난 10일 다시 찾은 개성공단 내 한 의류제조업체의 공장 입구에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붙인 봉인과 함께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이 업체 대표는 공장 내부의 자수기계 라인(오른쪽)을 둘러본 뒤 “기계 설비는 양호한 상태였으나, 누수 등으로 바닥에 물이 스며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제공
“금강산·이산상봉 모두 보류” 통보
전문가들 반응은 엇갈려
“제안 한개만 수용 예상 못한듯”
“남쪽의 대화 거부 비꼰것” 금강산 관광과 연계없는
이산상봉 관심 없었을수도
15일 3차 실무협상이 분기점 북한이 11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전날 자신들이 제의했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보류했다. 전날 자신들이 제의한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실무접촉 제의에 대해 한국이 이산가족 건만 받아들이고 금강산 관광을 거부한 데 따른 첫 반응이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두가지 제안을 거둬들인 이유에 대해 “우리 측이 어제 제기한 바와 같이 자신들도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초 제안을 ‘철회’한다고 하지 않고, 일단 ‘보류’라고 밝힌 데서 볼 수 있듯 북한이 이 제안을 완전히 거둬들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북한은 지난 6월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에 실무대화를 제의하며 이때 다룰 주요 의제들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6·15 기념 공동행사 개최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6·15 행사는 날짜가 이미 지났지만,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와 관련해선 이미 2차례 실무회담이 진행됐고, 3차 실무회담을 남겨 놓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북한은 남은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를 재개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남한 정부가 이 중에 하나만 받아들이자 개성공단과 관련한 남북 실무회담의 성과를 봐가며 이를 다시 제기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2개 실무회담 보류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렸다. 이봉조 통일부 전 차관은 “북한이 우리 정부가 자신들이 제기한 2개 제의 가운데 하나만 받고 하나는 거부할 것을 미리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전날 남한과 같은 이유로 대화를 보류한 것은 사실상 전날 남한의 대화 거부가 말이 안 된다고 비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산가족 상봉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남한에 던진 ‘카드’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금강산 관광은 북한이 특별한 투자 없이 적지 않은 현금 수익을 얻었던 사업이다. 그 때문에 북한은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된 뒤 꾸준히 이 사업의 재개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남한에선 금강산 관광이 북한의 ‘달러벌이’ 수단이라는 보수파의 오랜 불신이 있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도 이 사업은 자신의 임기 중에 중단된 개성공단과 달리 꼭 되살려야 할 정치적인 책임도 크지 않다.
이에 따라 15일 개성공단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실무협상이 앞으로 남북관계를 전망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이날 협상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재발 방지책’을 들고나온다면, 올 추석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금강산 관광 재개까지 단숨에 해결될 수도 있다. 정부가 11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거부하며 언급한 것처럼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협력의 시금석”이 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문제에서 남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남북관계는 회복의 실마리를 만나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도 크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제안 한개만 수용 예상 못한듯”
“남쪽의 대화 거부 비꼰것” 금강산 관광과 연계없는
이산상봉 관심 없었을수도
15일 3차 실무협상이 분기점 북한이 11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전날 자신들이 제의했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보류했다. 전날 자신들이 제의한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실무접촉 제의에 대해 한국이 이산가족 건만 받아들이고 금강산 관광을 거부한 데 따른 첫 반응이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두가지 제안을 거둬들인 이유에 대해 “우리 측이 어제 제기한 바와 같이 자신들도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초 제안을 ‘철회’한다고 하지 않고, 일단 ‘보류’라고 밝힌 데서 볼 수 있듯 북한이 이 제안을 완전히 거둬들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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