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떠났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정부는 오는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릴 공단정상화를 위한 7차 남북 실무회담 준비에 착수했다. 뉴스1
“찬물 끼얹는 말 말라” 표현에 반발
정부내 강경파들이 공세 나선듯
정부내 강경파들이 공세 나선듯
통일부가 전날 북한이 보내온 전화통지문의 일부 내용과 관련해 9일 북한에 뒤늦게 항의했다. 정부의 갑작스런 기류 변화가 오는 14일 7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일부는 9일 “북한이 전날 보내온 전통문의 일부 표현이 상호 존중의 자세에서 벗어나 적절치 못했다. (14일 열리는) 7차 회담에서 쌍방이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북한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은 8일 오후 5시40분께 “우리(북한)의 아량과 대범한 제안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삼가 달라”는 요구가 포함된 전통문을 우리 쪽에 보내왔다. 그러나 통일부는 같은날 오후 이 대목을 빼고 “남북이 함께 노력해서 7차 회담에서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긍정적인 내용만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7차 실무회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려는 통일부의 의지가 반영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통일부의 이런 태도는 하루 만에 뒤집혔다. 이날 통일부 보도자료의 내용은 이날 오전에 열린 정례 브리핑 때도 언급이 없었을 정도로 갑작스런 것이었다. 이 때문에 대북 정책에서 온건파인 통일부가 강경파가 다수 포진한 외교안보 라인의 공격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또 14일 열리는 7차 실무회담 때 정부가 다시 강경한 태도로 협상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항의는 자신들이 ‘재발 방지’ 문제에 대해 일정한 양보를 했는데도 한국의 일부 언론들이 “개성공단은 북한의 돈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북한의 굴복”이라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 유감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상호 존중의 자세에서 벗어났다”고 표현했다. 이 말은 우리 언론이 북한에 대해 아무리 부정적인 보도를 하더라도 북한은 이에 대해 항의하거나 비판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정부의 태도가 “상호 존중의 자세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 안의 분위기가 강경 쪽으로 선회하면서 7차 회담에 대한 전망도 낙관론에서 신중론으로 기울고 있다. 정부 내 강경파의 입김에 따라 통일부가 ‘재발 방지’에 대한 북한의 양보에 만족하지 않고 ‘책임 문제’ 등을 다시 거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정부 안에서 개성공단을 북한의 ‘달러박스’로 생각하는 강경파들의 입김이 강해 회담 타결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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