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방공구역 시정 거부 맞대응
민간 비행정보구역 반영 검토
한-중, 중-일, 한-일
다자갈등 커질 가능성
민간 비행정보구역 반영 검토
한-중, 중-일, 한-일
다자갈등 커질 가능성
중국이 28일 방공식별구역(이하 방공구역) 시정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새로운 방공구역을 서둘러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기존 방공구역과 중국의 새 방공구역이 모두 한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이견이 없으면서도 우리에게 유리한 ‘비행정보구역’(FIR)을 적극 반영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의 방공구역 시정 거부와 관련해 “우리 정부도 방공구역의 확장을 검토 중이다. 한국의 새 방공구역 안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방공구역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설정할 방공구역의 핵심은 우리가 관할하는 이어도 해역의 상공, 일본의 방공구역에 일부 포함돼 있는 마라도·홍도(경남)의 영공, 중국과 이견이 있는 서해 상공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도는 방공구역을 둘러싼 한-중-일 갈등의 핵심 중 하나다. 이어도와 주변 해역의 관할권은 한국이, 이어도 상공의 방공구역은 일본이 갖고 있는데, 이번에 중국이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하는 새 방공구역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어도 상공의 방공구역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도 해역에 대한 한국의 관할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한국은 서해의 방공구역과 관련해서도 중국과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중은 서해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경계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영해가 3해리에서 12해리로 늘어나면서 일본의 방공구역에 들어간 마라도·홍도 영공의 방공구역 설정은 상대적으로 해결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어도 해역의 관할권이 한국에 있음에도 이어도 상공의 방공구역을 양보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태도로 볼 때 그 과정 역시 험로가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새로운 방공구역의 기준으로 민간 항공사들이 사용하는 비행정보구역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항공기들의 관제에 사용하는 비행정보구역은 전세계적으로 모두 설정돼 있고, 겹치는 구역이 없다. 특히 한국의 비행정보구역에는 현재 논란이 된 이어도나 마라도, 경남 홍도 등이 모두 포함돼 있고, 서해에서도 한국에 별 불이익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석 대변인은 “일본에 이어도 상공의 방공구역을 양보하라고 요구할 때 비행정보구역 지도를 제시해왔다”고 밝혔다.
방공구역 문제는 중국이 일방적인 발표에 이어 고수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한-중-일의 다자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부쩍 높아졌다. 그러나 중국의 강경한 태도는 그간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온 한국의 입지를 좁혀 결국 중국의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날 우리 정부는 방공구역 문제를 “중국과 일대일로 풀겠다”며 미·일-중간 대립 구도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중국은 협의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한국과도 등을 돌린 격이 됐다. 중국과 협의가 결렬된 한국 역시 중국·일본과 대립할지, 전통적인 미·일 동맹으로 회귀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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