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6자 회담의 각국 수석대표들이 19일 낮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뒤 손을 맞잡고 축하하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 베이징/연합뉴스
다자보장 통한 한반도 비핵화 해법 마련
냉전체제 먹구름 걷고 평화정착 길 열어
냉전체제 먹구름 걷고 평화정착 길 열어
공동성명 의미
4차 6자 회담의 ‘베이징 공동성명’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이번 공동성명은 한반도가 북핵 위기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다자적 보장 아래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는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선다. 북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핵무기 확산 문제다. 그 기저에는 냉전에서 비롯된 적대적 불신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제네바 합의의 실패는 이 적대적 불신 관계의 해소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을 두 개의 축으로 떠받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나가 북한의 핵폐기라면, 다른 하나는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다. 좀더 근본적으로 보면, 한반도 비핵화는 그 한 측면일 뿐이다. 핵군축의 역사에서 드러나듯 관계 정상화, 나아가 평화 없이 비핵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 폐기의 대가로 미국의 적대정책 해소를 요구해 왔다. 지난 6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좀더 정상적인 관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월17일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전한 미국의 핵심 메시지는 이 말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말로 화답했었다. 지난 12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교관계 수립’이라는 좀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전략적 선택’을 하면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는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과의 외교관계 수립도 언급했다. 이런 메시지는 평양에서 열린 장관급회담에서 정 장관을 통해 북쪽에 전달됐다. 정 장관은 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북-일 수교협상 재개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런 모습은 1999년 5월 금창리 핵위기 당시 남북 관계와 북-일, 북-미 관계 정상화의 동시진행이라는 ‘페리 프로세스’를 연상시킨다. 페리 프로세스는 그 다음해 6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이미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6자 회담이 ‘또하나의 작은 군비통제 회담’이 아니라, “이 지역 국가 간의 새로운 양자관계와 다자적 지역 추진체를 만들어내는 모태와 같은 것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은 한반도의 영구 평화체제를 협상할 별도의 포럼을 명시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6·15 이전과 6·15 이후로 구분하듯이, 이제 한반도의 냉전과 탈냉전은 베이징 공동성명이 합의된 9·19 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될지 모른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공동성명 내용
‘검증가능한 비핵화’ 구체화
경수로 '나중에 논의'우회
미 “북 공격 않겠다” 보장 19일 막을 내린 제4차 6자 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은 북핵 해법의 ‘출구’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입구’를 동시에 담고 있다. 이로써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대체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이정표가 완성됐다. 그러나 아직은 ‘말 대 말’의 단계에 있으며, 갈 길은 멀다. 기본 골격=공동성명은 크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의 역할 △관련국들의 관계 정상화 및 경제 협력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 △이를 이행하기 위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담고 있다. 공동성명은 먼저 6자 회담의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을 재확인하고, 이를 ‘평화적으로 검증 가능하게 이룬다’고 명시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핵폐기와 연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지난 세 차례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에 그쳤던 ‘공허함’을 채웠다. 나아가 이를 △북한의 국제규범 준수 △미국의 안전 보장 △남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실천이라는 ‘세 가지 열쇠’로 거듭 단속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이 틀을 잡은 것이다. 공동성명은 이어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관련국들의 상응조처라는 ‘두 개의 기둥’을 세웠다. 북한이 모든 핵을 폐기하면, 관련국들은 북한에 △관계 정상화 △에너지 지원 △경제 협력이라는 상응조처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 핵폐기의 초기 단계에서 북한에 중유를 지원하는 데 참여하지 않겠다던 기존 태도를 바꿨다. 경수로 문제=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이었던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와 경수로 제공 문제는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 존중’과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 문제 논의 합의’라는 문구로 정리됐다. 주권에 해당하는 권리는 존중으로, 경수로 제공 문제 논의는 동의로 처리됐다. 미국은 애초 평화적 핵이용권으로서의 경수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였으나, 공동성명은 권리만이 아닌 경수로 이용까지도 허용했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경수로 운영을 6자 공동관리에 맡기자고 제안해, 미국의 ‘경수로 불가’ 입장에 틈을 열었다. 이런 합의는 북한이 모든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동성명은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이른 시일 안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할 것을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북한은 지난 1단계 회담 기조연설에선 핵폐기 대상을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폐기라는 말 대신 좀더 포괄적인 ‘포기’로 표현했으나, ‘핵확산금지조약 및 국제원자력기구 복귀’로 이행의 과정을 명시했다. 안전 보장=미국은 북한을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로도 공격하거나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핵무기는 물론이고 재래식 무기의 불사용을 보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이는 북한이 핵무기가 아닌 ‘모든 핵’을 포기하는 데 대한 상응조처다. 한국도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반입하거나, 배치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의 본질은 미국의 핵위협 제거와 남북한 비핵지대화”라는 북한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북한의 요구였던 다자 안전보장의 문서화는 다뤄지지 않았다. 이는 안전보장이 궁극적으론 북-미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이뤄질 문제라는 북한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계 정상화=공동성명은 또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명시했다. ‘유엔헌장의 원칙과 목적 및 국제관계에서 인정된 규범을 준수한다’는 전제에서, 북-미 간에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 정상화 조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유엔헌장은 △국제적 분쟁의 평화적 수단 또는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해결 △국가 간 우호관계 발전 △회원국의 주권 평등 △타국의 영토 보전 및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 및 사용 불가 △타국의 내정 불간섭 등을 명시하고 있다. 북-일도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남은 현안들을 해결한다는 기초 위에서, 2002년 평양선언의 정신에 따라 관계 정상화 조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 일본의 납치자 문제를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 정상화의 내용으로선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과 교역·투자 분야에서 양자 혹은 다자 간 경제협력을 증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공동성명은 이어 동북아에서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지속시키기 위한 공동노력을 다짐했다. 특히 한반도에서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직접 당사자들이 별도의 포럼을 통해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포럼 형태는 1953년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북-미와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이 참여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공동성명 내용
‘검증가능한 비핵화’ 구체화
경수로 '나중에 논의'우회
미 “북 공격 않겠다” 보장 19일 막을 내린 제4차 6자 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은 북핵 해법의 ‘출구’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입구’를 동시에 담고 있다. 이로써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대체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이정표가 완성됐다. 그러나 아직은 ‘말 대 말’의 단계에 있으며, 갈 길은 멀다. 기본 골격=공동성명은 크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의 역할 △관련국들의 관계 정상화 및 경제 협력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 △이를 이행하기 위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담고 있다. 공동성명은 먼저 6자 회담의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을 재확인하고, 이를 ‘평화적으로 검증 가능하게 이룬다’고 명시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핵폐기와 연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지난 세 차례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에 그쳤던 ‘공허함’을 채웠다. 나아가 이를 △북한의 국제규범 준수 △미국의 안전 보장 △남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실천이라는 ‘세 가지 열쇠’로 거듭 단속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이 틀을 잡은 것이다. 공동성명은 이어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관련국들의 상응조처라는 ‘두 개의 기둥’을 세웠다. 북한이 모든 핵을 폐기하면, 관련국들은 북한에 △관계 정상화 △에너지 지원 △경제 협력이라는 상응조처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 핵폐기의 초기 단계에서 북한에 중유를 지원하는 데 참여하지 않겠다던 기존 태도를 바꿨다. 경수로 문제=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이었던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와 경수로 제공 문제는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 존중’과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 문제 논의 합의’라는 문구로 정리됐다. 주권에 해당하는 권리는 존중으로, 경수로 제공 문제 논의는 동의로 처리됐다. 미국은 애초 평화적 핵이용권으로서의 경수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였으나, 공동성명은 권리만이 아닌 경수로 이용까지도 허용했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경수로 운영을 6자 공동관리에 맡기자고 제안해, 미국의 ‘경수로 불가’ 입장에 틈을 열었다. 이런 합의는 북한이 모든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동성명은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이른 시일 안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할 것을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북한은 지난 1단계 회담 기조연설에선 핵폐기 대상을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폐기라는 말 대신 좀더 포괄적인 ‘포기’로 표현했으나, ‘핵확산금지조약 및 국제원자력기구 복귀’로 이행의 과정을 명시했다. 안전 보장=미국은 북한을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로도 공격하거나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핵무기는 물론이고 재래식 무기의 불사용을 보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이는 북한이 핵무기가 아닌 ‘모든 핵’을 포기하는 데 대한 상응조처다. 한국도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반입하거나, 배치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의 본질은 미국의 핵위협 제거와 남북한 비핵지대화”라는 북한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북한의 요구였던 다자 안전보장의 문서화는 다뤄지지 않았다. 이는 안전보장이 궁극적으론 북-미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이뤄질 문제라는 북한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계 정상화=공동성명은 또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명시했다. ‘유엔헌장의 원칙과 목적 및 국제관계에서 인정된 규범을 준수한다’는 전제에서, 북-미 간에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 정상화 조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유엔헌장은 △국제적 분쟁의 평화적 수단 또는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해결 △국가 간 우호관계 발전 △회원국의 주권 평등 △타국의 영토 보전 및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 및 사용 불가 △타국의 내정 불간섭 등을 명시하고 있다. 북-일도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남은 현안들을 해결한다는 기초 위에서, 2002년 평양선언의 정신에 따라 관계 정상화 조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 일본의 납치자 문제를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 정상화의 내용으로선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과 교역·투자 분야에서 양자 혹은 다자 간 경제협력을 증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공동성명은 이어 동북아에서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지속시키기 위한 공동노력을 다짐했다. 특히 한반도에서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직접 당사자들이 별도의 포럼을 통해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포럼 형태는 1953년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북-미와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이 참여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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