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역사
북핵 6자회담 타결 - ‘모험적 결단’ 안팎
“조선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약속”한 19일의 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의 결론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선 ‘루비콘 강을 건너는 전략적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후반 이후 ‘핵’을 고리로 미국한테서 체제 존립을 보장받겠다는 ‘위협과 자해의 벼랑끝 외교’에 마침표를 찍을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핵’이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 북한의 유일무이한 대미 협상 지렛대였다는 점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미사일 문제도 있지만 이는 ‘부가적’이었다.
미·일 관계정상화 실현 등 선택 여지없어
회담 결렬땐 한·중 관계마저 훼손 가능성
추상적 ‘담보’ 구체적 실천까진 ‘험난한 길’ 북한은 이번 공동성명 합의를 통해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약속을 비롯해 체제·경제적 측면에서 필요한 담보를 받아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결말’이라기보다 ‘시작’에 가깝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말 대 말’을 구체화할 ‘행동 대 행동’ 협의 과정은 관련 당사국, 특히 북-미간 시각 및 접근법의 차이로 길고도 힘겨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으로선 ‘핵확산금지조약 복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수용’ 등 신속하고도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반면, 미국·일본 등의 ‘담보’는 그보다 추상적이고 장기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위험 부담’에도 김 위원장이 ‘모험적 결단’을 내린 것은, “달리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고려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자회담이 결렬되더라도, 중국과 한국의 존재 탓에 현실적으로 미국이 북한을 ‘옥죄일’ 방법이 마땅치는 않다. 그러나 북한으로선 지금까지보다 더욱 심각한 고립을 감수해야만 한다. 남북관계의 ‘모멘텀’이 떨어짐은 물론, 북-중 관계의 훼손도 불가피하다. 휘청거리는 체제를 받쳐온 한국과 중국이라는 지렛대마저 흔들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북한은 반세기를 넘어선 미국의 대북 봉쇄와 사회주의권 붕괴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그들은 이를 ‘고난의 행군’이라 불러왔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화해협력, 그리고 중국의 꾸준한 지원으로 형편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다. 그러나 에너지난과 식량난은 해결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처 이후 ‘경제 살리기’에 큰 힘을 쏟고 있지만, 내부 자원 동원 및 남북 교류협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북한으로선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반드시 실현시켜야 하는 절체절명의 처지다. 그래야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상국가화’ 및 국제사회 진입 등 체제의 장기 존립을 가능케 하는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포기 약속’으로 협상의 이니셔티브를 잡으려 한 김정일 위원장의 북한이, 험난할 수밖에 없는 ‘앞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6자회담에서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남한과 중국의 구실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NYT “평화적 핵 이용, 여러 난관 대기중” 각국·언론 반응
일 “북-일 대화재개 환영”
중 “동북아 평화체제 진전” 19일 4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타결됐다는 소식에, 회담 당사국 정부와 전문가, 언론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합의 배경을 두고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예비 단계의 원칙에 관한 합의이긴 하지만 제네바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뒤 첫번째 구체적인 합의이며, 의장국인 중국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폭군’ 등 대북 비난을 중단하고 북한의 주권을 인정하고 경제적 보상에 나서는 등 “북핵 협상의 접근 기조를 바꾼 점”을 타결 배경으로 꼽았다. 그러나 ‘북한의 평화적 핵에너지 사용권’이 명기된 것과 관련해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북-일 대화 재개에 기대를 나타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은 담화를 내어 “달성해야 할 최종 목표를 밝힌 공동성명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의 검증 가능한 포기’가 공동성명에 포함된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한반도 정치)는 회담 타결의 배경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결렬에 따른 심각한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합의 내용을 어떤 식으로든 문서로 채택하려는 노력이 가장 권위 있고 구속력 있는 ‘공동성명’으로 결실을 보았다는 점 때문에 크게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당사국들이 동북아시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천펑쥔 베이징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북-미, 북-일 사이의 관계 정상화로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동아시아가 앞으로 ‘영구적인 평화 체제’를 향해 가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 교수는 “이번에 합의한 내용의 실현을 위해서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하며, 특히 이번 회담에서 관건이었던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해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 점이 앞으로 불씨로 남아 있다는 게 이번 회담의 한계”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중단하기로 한 6자 회담 결과를 환영한다며 원자력기구가 될수록 빨리 북핵 사찰을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도쿄 베이징/박중언 이상수 특파원, 김회승 기자 leess@hani.co.kr
회담 결렬땐 한·중 관계마저 훼손 가능성
추상적 ‘담보’ 구체적 실천까진 ‘험난한 길’ 북한은 이번 공동성명 합의를 통해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약속을 비롯해 체제·경제적 측면에서 필요한 담보를 받아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결말’이라기보다 ‘시작’에 가깝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말 대 말’을 구체화할 ‘행동 대 행동’ 협의 과정은 관련 당사국, 특히 북-미간 시각 및 접근법의 차이로 길고도 힘겨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으로선 ‘핵확산금지조약 복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수용’ 등 신속하고도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반면, 미국·일본 등의 ‘담보’는 그보다 추상적이고 장기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위험 부담’에도 김 위원장이 ‘모험적 결단’을 내린 것은, “달리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고려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자회담이 결렬되더라도, 중국과 한국의 존재 탓에 현실적으로 미국이 북한을 ‘옥죄일’ 방법이 마땅치는 않다. 그러나 북한으로선 지금까지보다 더욱 심각한 고립을 감수해야만 한다. 남북관계의 ‘모멘텀’이 떨어짐은 물론, 북-중 관계의 훼손도 불가피하다. 휘청거리는 체제를 받쳐온 한국과 중국이라는 지렛대마저 흔들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북한은 반세기를 넘어선 미국의 대북 봉쇄와 사회주의권 붕괴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그들은 이를 ‘고난의 행군’이라 불러왔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화해협력, 그리고 중국의 꾸준한 지원으로 형편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다. 그러나 에너지난과 식량난은 해결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처 이후 ‘경제 살리기’에 큰 힘을 쏟고 있지만, 내부 자원 동원 및 남북 교류협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북한으로선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반드시 실현시켜야 하는 절체절명의 처지다. 그래야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상국가화’ 및 국제사회 진입 등 체제의 장기 존립을 가능케 하는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포기 약속’으로 협상의 이니셔티브를 잡으려 한 김정일 위원장의 북한이, 험난할 수밖에 없는 ‘앞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6자회담에서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남한과 중국의 구실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NYT “평화적 핵 이용, 여러 난관 대기중” 각국·언론 반응
일 “북-일 대화재개 환영”
중 “동북아 평화체제 진전” 19일 4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타결됐다는 소식에, 회담 당사국 정부와 전문가, 언론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합의 배경을 두고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예비 단계의 원칙에 관한 합의이긴 하지만 제네바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뒤 첫번째 구체적인 합의이며, 의장국인 중국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폭군’ 등 대북 비난을 중단하고 북한의 주권을 인정하고 경제적 보상에 나서는 등 “북핵 협상의 접근 기조를 바꾼 점”을 타결 배경으로 꼽았다. 그러나 ‘북한의 평화적 핵에너지 사용권’이 명기된 것과 관련해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북-일 대화 재개에 기대를 나타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은 담화를 내어 “달성해야 할 최종 목표를 밝힌 공동성명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의 검증 가능한 포기’가 공동성명에 포함된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한반도 정치)는 회담 타결의 배경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결렬에 따른 심각한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합의 내용을 어떤 식으로든 문서로 채택하려는 노력이 가장 권위 있고 구속력 있는 ‘공동성명’으로 결실을 보았다는 점 때문에 크게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당사국들이 동북아시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천펑쥔 베이징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북-미, 북-일 사이의 관계 정상화로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동아시아가 앞으로 ‘영구적인 평화 체제’를 향해 가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 교수는 “이번에 합의한 내용의 실현을 위해서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하며, 특히 이번 회담에서 관건이었던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해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 점이 앞으로 불씨로 남아 있다는 게 이번 회담의 한계”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중단하기로 한 6자 회담 결과를 환영한다며 원자력기구가 될수록 빨리 북핵 사찰을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도쿄 베이징/박중언 이상수 특파원, 김회승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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