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대북 송전 관계는
정부는 지난 7월12일 ‘중대 제안’을 발표하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가 짓다가 중단한 ‘신포 경수로’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 제안으로 신포 경수로는 종료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19일 타결된 6자 회담 ‘공동성명’의 문안은 정부의 그간 설명보다 훨씬 복잡하다. “적절한 시기 경수로 제공 논의”와 한국의 ‘대북 직접송전 제안’이 모두 언급돼 있다.
동시에 둘 다 북한에 제공한다는 뜻인가? “그건 아니다”라는 게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일치된 설명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9일 “우리 국민이 중복으로 이중부담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설명을 거칠게 도식화하면, ‘핵폐기 완료 때까지 대북 직접송전’을 하는 순차지원 방식이다. 애초 ‘신포 경수로’의 대체재로 제기됐던 정부의 중대 제안은 위기관리의 지렛대이자 상호신뢰의 징표로 작용하는 쪽으로 임무를 수정하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대 제안은 경수로가 북핵 문제를 왜곡하는 것을 예방하는 장치”라고 덧붙였다.
물론 대전제는 북한의 ‘불가역적 핵폐기’다. 정부 쪽 설명을 보면 예상 가능한 대북 전력지원의 과정은 이렇다. 6자 회담 타결과 함께 직접송전 문제를 논의한다. 북핵 폐기 과정이 진행되면 송전선로 건설 공사가 시작된다. 북한의 핵폐기 과정이 ‘불가역적’으로 이뤄졌거나, 그렇다고 판단되면 대북 직접송전이 시작된다. 이즈음에 경수로 제공에 관한 논의가 관련국 사이에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대북 직접송전 제안에는 북한 내 송전선로 건설 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경수로 건설 이후 송전선로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신포 경수로는 현시점에서 논의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신포 경수로는 “일단 죽은 것”이라는 말로 여지를 뒀다. 앞으로 있을 6자의 ‘대북 경수로 제공 논의’ 경과에 따라 ‘죽은’ 신포 경수로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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