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폐기 우선” 강조…협상 문 완전 닫지는 않아
“어느 (적절한) 시점에 북한의 평화적 핵 추구권리를 허용한 건 미국의 양보가 아닌가?”
“그걸 양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장을 해제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로 복귀했을 때 경수로를 논의하기로 한 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20일(현지시각)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 문답이다. 경수로 문제에 대한 미국 내의 민감한 분위기를 잘 드러내준다. 베이징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경수로 문제에 대해 ‘적절한 시점에 논의한다’고 표현한 것조차 미국 내에선 지나친 양보로 비치는 것이다. 잭 프리처드 전 국무부 대북협상특사는 “베이징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문을 열어놓은 셈이다”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21일 전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경수로 문제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20일에도 국무부 관리들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선 핵폐기, 후 경수로 논의”를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경수로는 미래의 쟁점이다. 지금 핵심은 핵프로그램의 폐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아놓은 것 같지는 않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에이피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요구(선 경수로 제공, 후 핵폐기)를 다음번 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경수로 제공 논의’ 자체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복귀 이후에 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프로그램을 폐기할 때까지는 어느 나라도 북한과 (경수로를 비롯한) 핵 협력을 해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 이후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그 이후의) 경수로 논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누가 알겠느냐. 지금 단계에서 얘기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북핵 폐기 이후엔 다른 나라가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미국이 이때 경수로 제공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지금은 그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은 경수로 논의가 단순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제 건설로 연결될 가능성을 열어놓는 선에서 북한의 핵폐기를 끌어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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