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수치수여식에서 박지만씨의 육사 동기생인 이재수 기무사령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수치는 군 장성의 직위와 이름 등이 수놓아진 끈 깃발로,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장성들의 삼정도(장군에게 상징적으로 지급되는 칼)에 달아준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회장의 ‘절친’ 기무사령관
지난 10월 1년만에 중도하차
‘정씨 세력 견제탓’ 분석 일어
반년만에 경질 이전 기무사령관
“박 회장 측근 군인 검증 괘씸죄”
최근 언론서 주장해 파문 확산
지난 10월 1년만에 중도하차
‘정씨 세력 견제탓’ 분석 일어
반년만에 경질 이전 기무사령관
“박 회장 측근 군인 검증 괘씸죄”
최근 언론서 주장해 파문 확산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보고서’ 파문이 정씨와 박지만(56) 이지(EG)그룹 회장의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불똥이 군 쪽으로도 튀고 있다. 박 회장의 육사 37기 동기들은 지난해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해 8명이 중장으로 승진해 핵심 보직을 맡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기세가 한풀 꺾이는 징후도 감지되고 있다.
단연 주목받는 사건은 박 회장의 ‘절친’으로 소문난 이재수 육군 3군 사령부 부사령관(중장)이 지난 10월 갑작스럽게 핵심 요직인 국군기무사령관에서 1년 만에 중도하차해 비교적 한직인 현직으로 이동한 일이다. 당시만 해도 이 부사령관의 대장 진급을 위한 ‘보직 세탁’ 인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기무사령관을 마치면 대체로 옷을 벗는 관례를 피해가기 위한 배려 아니겠느냐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최근 박 회장이 정씨 등의 견제를 받았던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이 부사령관이 결국 이들의 권력 다툼에 휘말려 “물먹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격적으로 이뤄진 장경욱 전 국군기무사령관(육사 36기)의 경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의 하차는 취임 6개월 만이어서 당시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방부는 당시 장 전 사령관의 전격 경질에 대해 “능력이나 자질이 기무사 개혁 발전을 시키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이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의 측근 챙기기 인사 등에 대한 비판적인 보고서를 청와대에 직보하는 등 김 장관과 불화를 빚어 해임됐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장 전 사령관은 최근 <한국일보>에 “내가 군에서 잘린 건 거기(박지만 이지그룹 회장)와 가까운 측근 군인들을 검증하다가 (괘씸죄를) 뒤집어쓰고 솎아진 것”이라고 말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신의 경질에 박 회장과 관련된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음을 내비친 설명이었다. 당시 사건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장 사령관 재임 시절 (박 회장의 육사 동기인) 신원식 당시 수도방위사령관(현 합참 작전본부장)이 장 사령관에게 ‘왜 내 뒤를 캐고 미행하느냐’고 항의한 일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장 전 사령관과 육사 37기 선두그룹 일부가 불화를 겪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장 전 사령관이 박 회장의 육사 37기 동기들을 견제하다 역풍을 만나 중도 하차했으나, 최근에는 박 회장의 ‘절친’이 한직으로 물러나는 등 육사 37기를 둘러싼 기류가 급변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내년은 육사 37기들 중에서 대장 진급자가 나오는 시기”라며 “이들이 어디로 가느냐가 권력 핵심의 암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현실은 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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