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긴장만 고조시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의도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일종의 돌려차기”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12일 오전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의 의도에 대해 “5.24조치를 비롯한 대북제재, 민간차원의 대북지원 제재 등에 대해 불만을 가진 북한이 우리 쪽을 세게 압박해 ‘남북관계가 불안해서 살겠느냐’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역발상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임기 후반부에도 남북관계를 이런 식으로 나쁘게 끌고 가고 싶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대북정책 자체를 좀 바꿔봐라 하는 일종의 정면돌파 작전”이라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경원선 복원을 하거나 DMZ평화공원을 제대로 하려면 (남북 간) 군사적인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근본대책부터 마련하고 접근해 오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국방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데 대해 정 전 장관은 “사후약방문보다도 더 못하다. 이건 대책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저쪽에서 공격해 오고 우리 쪽에서 대응하는 과정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통일부가 바빠지면 국방부가 편해지고, 통일부가 편하면 국방부가 바빠지는데, 국방부가 성과도 없이 바빠지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며 “근본적으로 남북관계를 빨리 복원하는 것이 이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소위 긴장고조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광복 7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정책 전략이 서툴렀다”며 이희호 여사의 방북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이희호 여사를 만나지 않은 것도, 정부의 느닷없는 대북 대화 제안이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비행기가 1시간 뒤면 순안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에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편지를 보내겠다고 우리(정부) 쪽에서 제안했다 거절당하는 망신이 있었다. 통일부에서 결정했다기보다는 청와대 지침에 의해 움직였다고 본다. 이희호 여사를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아무런 메시지도 없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줬다. 그러니까 가서 홀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정부의 전통문 발송이 일방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국 (우리 정부가) 대화를 하자는 얘기를 북쪽에서 거절하고 있는 거다. 북에서는 대화를 하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을 갖춰달라, 대표적인 게 삐라였는데, 바로 직전에 전단이 날아갔는데 거기에 대해선 가타부타 얘기도 없이 우리 쪽 하고 싶은 얘기 주제들만 꺼내가지고 대화하겠다고 하니까 북에서 수취거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민간 차원에서 메시지를 전할 수 없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이희호 여사가 다녀온 뒤 8.15 (대통령) 경축사에서 원칙적인 좋은 얘기가 나가고, 그 후에 실행방법으로 공식적인 남북 대화를 제안하는 것이 순서”라며 “지금 완전히 거꾸로 됐다”고 정부의 전략을 비판했다.
한편 이번 달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방북 및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논의가 오가는 데 대해 “일본 정부의 전략 목표는 한국을 약올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납북자 가족 문제나 전후 보상 등 돈 문제가 걸려 있어 북한도 일본이 오겠다면 못 만날 것이 없다. (성사) 가능성은 50:50”이라며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입지가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런 걸 이용해 (일본이) 북일 접근을 하면, 지금 외교적으로 고립됐다고 지적받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세게 일어나며 외교 입지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미국에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자는 요구 있었지만 (현 정부에서) 거절하고 있었는데, 도리 없이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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