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앞줄 오른쪽)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앞줄 왼쪽)이 지난 8월 25일 새벽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왼쪽은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통일부 제공
“관계개선 저촉 언행 삼가야”
남쪽 통합화력훈련 등 겨냥한듯
남쪽 통합화력훈련 등 겨냥한듯
북한이 2일 남한을 향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저촉되는 언행을 삼가라”고 경고했다. 또 지난 8월22~24일 열린 남북 2+2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의 유감 표현에 대해 “사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이날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내어 “남조선 당국은 어렵게 마련된 북남관계의 개선 분위기에 저촉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담화는 “공동보도문 발표 이후 남조선에서는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언행들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 상황을 방치해 두는 경우 북남관계는 기필코 대결의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남북 공동보도문 합의 뒤 남쪽이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의 ‘통합화력훈련’을 실시하고, 국방부 인사가 공개 학술회의에서 비대칭전략 개념의 발전을 거론하며 ‘참수작전’을 예시한 것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백승주 국방부 차관이 일본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10월 핵이나 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이 커진 측면이 있다. 북한이 이번 합의로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북쪽은 특히 공동보도문에서 지뢰도발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을 남한 당국이 ‘사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담화는 “‘유감’이란 ‘그렇게 당해서 안됐습니다’ 하는 식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담화는 “‘유감 표명’은 사실상 ‘문병을 한 셈’”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유감이라는 문구를 북조선식 사과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조선 글자의 뜻과 단어의 개념 자체도 모르는 무지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공동보도문에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과 관련된 문항이 들어갔다는 것이 정답”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제적인 관례로 보나, 여러가지 남북 간에 대화해온 경험으로 볼 때 그것(유감 표명)이 왜 들어갔느냐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 그것이 북쪽에 주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며 “지금은 합의문에 대해 일희일비,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고 남북이 함께 합의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준수할 때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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