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서부전선 포격
강대강 구도 속 남북관계 악화 전망
강대강 구도 속 남북관계 악화 전망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20일 일어난 남북 간 포격 사건으로 인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과 대북 방송 재개, 북쪽의 반발 등으로 이어져온 남북 간 긴장 상황이 당분간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수 대북·안보 전문가들은 남북 간에 추가 충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쪽에선 지배층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권력 안정화를 위해 몸을 던지다시피 하고 있고, 남쪽에선 이런 상황을 풀어갈 전략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남북 간 상호 비난이 고조되고 국지적 충돌이 잦아지면서 긴장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도발이 이것으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현재의 강대강 남북 대결 구도를 보면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뢰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남쪽이 실시중인 대북 방송이 계속되는 한, 무력충돌 가능성이 계속 한반도 정세에 위험요인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오는 2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이를 ‘북침 연습’이라 비난하는 북한이 추가적으로 도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훈련 기간엔 국지적 충돌이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남북이 모두 추가 행동을 자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북쪽이 대북 방송을 빌미로 남쪽을 비난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주의를 끄는 부분이다. 북쪽은 20일 오후 5시께 서해 군통신선을 통해 보내온 전통문에서 “지금부터 48시간 안에 대북 방송 중단 및 시설 철거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동시에 판문점 남북연락관 접촉을 통해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내온 서한에선,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상황을 풀기 위해 남북이 아닌 미국 등 제3자가 개입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용석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나서서 유엔사 차원에서 정전체제 관리를 명분으로 대북 방송을 자제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긴장을 진정시킬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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