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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 ‘지뢰 도발 사과’ vs 북 ‘대북 방송 중단’…고위급 회담 ‘진통’

등록 2015-08-23 19:48수정 2015-08-26 13:52

남과 북이 22~23일 전격적으로 두 차례 2+2 고위급 접촉을 벌였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가 각각 참여한 이번 접촉에선, 지뢰 폭발과 포격 충돌 등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과 남북관계 전반적 현안을 둘러싸고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 ‘도발 부인’ 남 ‘재발 방지’
입장차 커 협상 길어진 듯
이산상봉, 5·24조치 해제 등
남북교류 현안 논의 가능성도

23일 새벽 4시15분께 1차 고위급 접촉이 정회된 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쌍방은 최근에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며 개괄적인 접촉 내용만을 전했다. 최근에 조성된 사태는 지뢰 폭발과 포격 충돌, 대북 확성기 방송 타격 위협 등을,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은 남북이 서로 제기하고 있는 남북관계 현안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춰, 남쪽은 이번 접촉에서 북쪽에 지뢰 폭발과 포격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용표 장관은 지난 21일 김양건 비서에게 “금번 사태를 수습할 용의가 있다면, 최근 일련의 도발에 대한 시인·사과,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조치 등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북쪽은 이미 공식 매체를 통해 이런 도발들을 자신들이 하지 않았다고 부인해온 점에 비춰, 접촉에서도 부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남쪽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근거 없는 도발이자 남북 합의 파기라며 중단을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10시간이란 긴 회담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이 (사과와 대북 방송 중단 등을 두고) 서로 굴복했다는 결과만은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면서 이번 협상은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이상한 모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은 이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과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디엠제트(비무장지대) 평화공원 등의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올해 안에 전면적 이산가족 명단 교환 등을 제의한 바 있다. 북쪽은 여러 차례 5·24조치가 해제되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중단되면 이산가족 문제도 풀릴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양쪽이 군사적 충돌과 관련한 팽팽한 입장차를 우회하는 방편으로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연철 인제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디엠제트 평화공원을 하자고 전격적으로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고, 북쪽도 5·24조치를 우회하면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카드”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논의 가능성은 다들 낮게 봤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정은 제1비서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돌을 성대하게 기념한 뒤라야 정상회담을 제기하는 등 대외관계에 주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청와대도 지금과 같은 대치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언급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황병서 국장이 김 제1비서의 신년사 내용처럼 ‘남쪽이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관계 개선 조처를 취하면 최고위급 회담도 열 수 있다’는 정도의 언급을 했을 수는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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