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둘째), 홍용표 통일부 장관(맨 왼쪽)과 황병서 북한 인민국 총정치국장(오른쪽 둘째), 김양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맨 오른쪽)가 22일 오후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쉴 공간 마땅치 않아 의자에서 휴식…샤워 못하고 도시락 때워
지난 22일 시작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박 3일’이라는 유례없는 마라톤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북 협상이 장기화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중단 없이 한자리에서 만 하루 이상 진행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4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위급 접촉이 열리고 있는 판문점 안 남쪽 구역 ‘평화의 집’에는 별도의 숙박시설이 없다. ‘평화의 집’은 1층 귀빈실·기자실, 2층 회의장, 3층 연회장으로 구성돼 있다. 회담은 2층에서 열리고 있다. 회담장 옆에 휴식공간이 있긴 하지만, 누워 쉴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 회담 참석자들은 의자 등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쪽 구역에 있는 지상 1층, 지하 2층 규모의 통일각에는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북쪽 참석자들이 때때로 이곳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젊은 홍용표(51) 통일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73살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와 66살 동갑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고령의 대표단이 마라톤회담을 이어가기엔 ‘부적절한’ 환경인 셈이다. 여기에 밤을 새워가며 고도의 심리전을 펴야 하는 협상을 이어가고 있어 대표단 체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협상단은 샤워는 하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가벼운 세수와 면도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화의 집’에는 별도의 식당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협상단은 도시락 등으로 식사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3층에 연회실이 있으나, 협상단이 현재 이곳을 이용하진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협상 분위기가 좋을 때는 남북이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곤 했었다.
청와대는 연이틀 밤샘 비상대기 상황을 유지하며 협상 진행 과정을 지켜봤다. 이병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은 고위급 접촉이 시작된 22일에 이어 23일도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 판문점 핫라인을 통해 시시각각 전달되는 회담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은 사무실 소파에서 잠을 청하면서 비상대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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