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2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쉬쉬하던 군사긴장 상황 ‘고위급 첫 접촉’ 뒤 태도 바꿔
북한의 호전성 부각시켜 국민 지지 확보 포석 분석
북한의 호전성 부각시켜 국민 지지 확보 포석 분석
군 당국이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의 첫 회담을 마친 23일을 기점으로 북한군의 움직임을 적극 공개하는 쪽으로 전환해 배경이 주목된다.
국방부는 애초 21일 북한의 ‘준전시사태’ 선포 이후 남북간 군사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언론의 취재 과열을 우려하는 태도를 보였다. 군 당국자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워치콘의 상향 조정’ 보도나 ‘한-미 연합체제 구축’ 보도 등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23일 “북한 잠수함 70%가 감시망에서 사라졌다”, “북한 포병전력 전투배치가 2배 늘었다”는 브리핑과 함께 돌변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 잠수함이 이렇게 많이 사라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공개한 것일 뿐”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24일엔 “미군 전력자산의 배치 검토”를 거론하며 남북간 군사대결 구도를 더욱 부각했다.
이런 군의 변화는 “지뢰 매설의 사과, 재발 방지 없이 어떤 합의도 없다”는 정부의 강경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 남북 고위급 접촉 뒤 본격적으로 북한군의 호전성 등을 부각해, 북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강경책에 대한 국민 지지를 확보하려는 일석이조의 포석이라는 것이다.
국방부의 이런 태도가 국민 불안과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페이스북에 “이런 불안 조성이 장기화되면 정말 무슨 혼란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며 “국방부가 무슨 종합편성채널 같다. 공보의 과잉이 되레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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