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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벼랑끝 협상 전술’, 남북 갈등 땐 위기 재연될 수도

등록 2015-08-25 21:16수정 2015-08-26 09:19

박 대통령-김정은 ‘화전양면’ 대화 방식
22~25일 진행된 남북 2+2 고위급 접촉은 사실상 남과 북 최고지도자가 각자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팽팽하게 맞선 ‘간접 대결’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지도자는 각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군사력 동원을 통한 긴장 고조를 불사하는 ‘벼랑끝 전술’을 동시에 펼친 끝에 협상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다.

박대통령-김정은 제 스타일 고집
전문가 “정치력보다 갈등 부각
긴장상황 억제 못해 문제” 지적

긴장을 끌어올리면서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방식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먼저 구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 제1비서가 전형적인 ‘화전양면전술’을 구사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남쪽을 대화로 유도했던 것으로 본다. 북쪽은 지난 20일 남쪽에 두차례 포격을 가한 뒤, 한쪽에선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명의 서한에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뜻이 있다고 밝히면서 거의 동시에 다른쪽에선 총참모부 전통문을 통해 대북 확성기 철거를 요구하며 군사행동을 경고하는 양동작전을 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당시 북한은 포를 쏘고 나서 대화를 제안한 뒤, 남쪽이 대응포격을 했음에도 다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긴장을 고조시켜놓고 확전은 자제하면서 대화 쪽으로 오라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또 이날 밤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해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지휘관을 직파하는 등 긴장을 극한으로 고조시켰다. 그렇지만 그 다음날인 21일에는 김양건 비서 명의 통지문을 다시 보내며 협상의 문을 열어놨다. 긴장을 높이면서도 출로를 터, 남쪽을 대화의 판으로 끌어들이려 한 셈이다.

결국 북쪽은 갈등을 통해 협상판을 키우면서 남쪽을 맞이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되지만, 남쪽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포격 사건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긴급 소집해 직접 주재한 데 이어, 이튿날인 21일에는 제3군 사령부를 방문해 “상황 발생 땐 선 조처 후 보고하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김 제1비서의 협상 판짜기에 특유의 ‘원칙론’으로 맞선 것이다.

박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은 협상 과정에서도 예외없이 발휘됐다. 북쪽이 잠수함 등 침투전력의 전진배치로 긴장 수위를 한층 높이자, 남쪽은 곧바로 스텔스 전폭기 등 북쪽이 두려워하는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북쪽의 위기 고조 전술에 대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조처로 해석됐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2+2’ 접촉이 사흘째 이어지던 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매번 반복되는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협상 마지노선에 대한 지침을 공개적으로 내려보낸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강 대 강’으로 치닫던 남북의 협상판은 결국 북의 유감 표명과 남의 조건부 대북 방송 중단이라는 절충점을 찾는 데 성공했다. 긴장 고조가 군사 충돌로 이어질 경우 남북 모두 막대한 피해를 면하기 힘든 현실을 양쪽 다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지도자가 타협 없이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이어가다 아무런 출구를 찾지 못했다면, 한반도는 우발적 충돌 상황으로 휘말려들고 말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 관리를 최우선에 둬야 할 국가 지도자로서는 위험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나 김 제1비서가 각자 정치력보다는 갈등으로만 끌고 가서 긴장 상황을 억제하지 못한 부분은 큰 문제”라며 “두 사람이 남북관계를 자신의 기준에서만 보려고 한 한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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