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오는 30일부터 10월6일까지 1주일간 독일과 벨기에를 방문해 독일통일 25주년 행사에 참석한다. 통일 주무장관이 독일 통일 기념 행사에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시기다.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돌을 앞두고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애드벌룬을 연달아 띄워올리는 시점이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이 현실화하면, 남북이 어렵사리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부터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때 남북관계 사령탑이 자리를 비운다는 게 어떤 신호로 해석될지를 홍 장관이 얼마나 고려했는지 궁금해진다.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만약 장거리 로켓을 쏜다면 10월5일부터 9일 사이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북한이 도발에 나서지 못하도록 남북 간 ‘예방 외교’를 펼치는 일이다. 당국회담 등을 먼저 제의해 북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하지만 홍 장관이 독일에 가면, 이런 적극적인 사전 예방 외교는 이뤄지기 힘들다. 홍 장관은 또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로켓 발사장으로 발사체를 이동시키는 등의 도발 징후가 포착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럴 경우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소집된다. 홍 장관은 남북관계 주무 장관으로서 대응 방법론을 갖고 주도적으로 사태 해결을 이끌어야 한다. 가뜩이나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외교부 등의 강경 기류가 거센 상황에서, 이런 자리에 통일부 차관이 대신 참석해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시사항을 적어오기 바쁠 것이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북쪽의 도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장관의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할 것 같다. 혹여라도 홍 장관의 독일행 고집이 남북관계보다는 ‘통일’과 ‘통일 외교’를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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