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외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출해 7일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 13명이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은 통일부가 언론에 제공한 것인데, 이 장면이 언제 어디에서 촬영된 것인지는 통일부도 모른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북 해외식당 종업원들 7일 한국에
하루만에 공개 ‘딴 의도 있나’ 의심
하루만에 공개 ‘딴 의도 있나’ 의심
정부는 8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7일 국내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탈북민들의 입국 사실을 하루 만에 통일부가 나서 공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4·13 총선을 닷새 앞둔 사전투표 첫날 전격적으로 탈북 사실을 공개한 것은 총선 판세에 영향을 미치려는 이른바 ‘북풍’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 중이던 지배인과 종업원 등 13명이 집단 귀순했다. 이들은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으로, 4월7일 서울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정 대변인은 “그동안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한두 명이 개별 탈북한 사례는 있지만,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한꺼번에 탈북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집단 탈북 배경과 관련해 “이들이 해외에서 한국 티브이,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특히 이들의 탈북을 ‘대북 제재’와 연관해 풀이했다. 그는 “대북 제재 이후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촉구되는 외화 상납 요구 등 압박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탈북자의)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그러나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탈북했는지 등 구체적인 탈출 경로와 경위 등에 대해선 일절 밝히지 않으면서 “제3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하고, 그다음에 이분들의 신변보호, 또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이들이 충분한 휴식을 한 뒤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유관기관 합동으로 구체적인 귀순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탈북민들을 입국 하루 만에 전격 공개한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집단 탈북’을 4·13 총선에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 대변인은 “대북 제재 국면에서 집단 탈북이 이뤄졌다는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에 발표한 것”이라며 총선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북한은 그동안 집단 탈북에 대해 “남한 당국의 기획 탈북”이라고 반발하곤 했다. 정 대변인은 집단 탈북 사례와 관련해 “2004년도 7월에 486명인가가 베트남에서 한꺼번에 입국한 사례가 있고, 2011년 3월에도 9명 정도가 집단 탈북했고, 앞서 1980년대 말 김만철씨 일가 10명이 입국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모두 100여곳으로 이 가운데 90% 이상은 중국에 있고, 베트남·캄보디아·타이·라오스 등 동남아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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