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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중국 뺨 때린 ‘사드’, 대한민국이 잃어버릴 것들

등록 2016-07-11 22:48수정 2016-07-11 22:52

이종석 전 통일장관 특별기고

요격미사일 48발로 북 막겠다?
실효성 얘기는 더이상 무의미

중,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계기로
미국 목표는 ‘중국 견제’라 파악

배치지역 싸고 사회적 갈등 조짐
막대한 국익손실 어찌 풀어갈지…
이종석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전 통일부 장관)

지난 2월21일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언론인 <산케이신문>이 “한국에 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미국의 사드는 일본에도 유효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일본 방위성 안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하며, 북한이 이미 일본을 사정권에 둔 노동 및 스커드 등 탄도미사일을 수백발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한 자위대 간부의 말에 따르면, ‘북한이 정말 일본을 공격한다면 동시에 다수의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드를 도입해도 (날아오는 미사일을) 전부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도입할 사드 1개 포대가 6기의 발사대와 48발의 요격미사일로 구성돼 있으며 재장전에 30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전쟁 초기 북한이 48발보다 더 많은 미사일을 동시다발로 일본을 향해 쏘면, 사드의 효용성을 100%로 인정하더라도 결국 방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런 문제점을 짚어내기가 쉽지 않지만, 알고 나면 상식적인 논리다.

일본의 사정이 이렇다면 한국에서 사드의 유효성은 더 얘기할 필요도 없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남한을 향해 약 1000발의 스커드 및 노동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이 남한의 도시나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한다는 것은 곧 전면전이 시작됐음을 뜻한다. 그러면 북한이 사드 체계를 무력화하려고 48발의 사드 요격미사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몇 배에 이르는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할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 중에 어느 것이 핵을 탑재했는지 구별할 방법도 없다. 결국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의 기술적 완전성을 100% 인정하더라도 그것으로 북한 미사일을 막아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수도권은 아예 사드로 막을 수 없는 북한의 장사포 사정거리에 들어 있다.

이처럼 간단한 논리에도 허점을 보이며 다방면에서 실효성을 의심받는 주한미군 사드의 한국 배치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그러나 사드의 유효성 문제는 사드 배치 결정이 몰고 올 다른 국익 손실에 비하면 차라리 미미한 편이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국 정부나 한국민이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정적 대가는 손익 계산을 따지기 어려울 만큼 막대하다. 배치 비용 문제는 전체 손실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국익 손실은 크게 ‘중국발 손실’과 ‘국내발 손실’이 있을 것 같다. 먼저 많은 이들이 전망하듯이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중국 갈등을 심화시키고 중국의 한반도 정책을 상당한 정도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북핵 정책에 일정한 변화가 발생해 유엔의 대북제재 전선이 급속히 이완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자국의 전략적 안전을 훼손하고 동북아에서 전략적 균형을 깨뜨리는 처사라며 강렬하게 반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미국이 중국한테 강력한 대북제재 공조를 요구하며, 다른 한편으로 사드 배치를 추진하자 이를 ‘이율배반’으로 보고 강력하게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북한 핵 포기’는 하나의 구실일 뿐 결국 ‘중국 견제’가 숨어 있는 진정한 목표라는 심증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격화되는 난사군도 분쟁에서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반중국적 태도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하노이 방문 등이 중국의 이러한 심증을 굳히게 했을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는 한·미 양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미-중 관계의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와 중·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에 나타난 제재의 목적과 범위에 대해 상충된 태도를 보이고 있던 터라,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은 대북제재 전선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해서 미국이 “도랑 치고(북한 압박 강화) 가재 잡겠다(중국 견제)”는데, 가재 신세가 된 중국이 미국을 도와 마냥 도랑을 치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시키면서까지 유엔의 “끝장결의”를 이끌어내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끝장외교는 5개월 만에 더는 갈 길을 잃고 말 것이다. 그동안 한·미 정부는 대북제재가 효과를 보려면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바보가 아니라면 중국의 적극적인 제재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사드 배치 결정을 늦췄어야 할 터인데, 한·미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제재 시행 불과 4개월 만에 중국의 뺨을 정면에서 때리며 대북제재 공조체제를 위기에 빠뜨렸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태도를 향후 한반도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판단해왔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처럼 중국은 한국에 대해 비록 노골적이지는 않더라도 경제 분야 등 여러 분야에서 부정적인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 상품의 26%를 중국으로 보내는 우리 처지에서 걱정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 사회는 이번에 경제적 이해가 집중돼 있는 곳에 외교안보적 이해도 클 수밖에 없다는 상식을 도외시한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어떻게 다방면에서 국익을 위협하는지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은 북-중 관계의 강화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자신을 봉쇄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북한 문제를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빌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이상, 북-중 관계의 진전은 필연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닥칠 국내발 국익 손실도 클 것이다. 무엇보다도 부지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가 극심한 사회적 갈등 비용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사드는 단순히 미군부대가 들어서는 문제를 넘어서서 주변 지역 거주자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제기돼왔다. 우리는 이러한 안전성 문제도 거의 없고 사회적으로 상당한 명분을 가지고 있던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이나 제주 강정기지 건설 등에서 지역사회와 시민단체의 저항으로 커다란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애초 구상이 난항에 빠져 계획 일정이 크게 지체된 경험을 안고 있다. 그런데 사드 배치는 실효성에서도 논란을 안고 있고 안전성 문제도 크게 부각돼 있어 지역사회와 시민단체의 반대가 더 격렬하고 체계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그 조짐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사회적 갈등을 순리적으로 극복하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사드 배치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실효성이 극히 의심되고 막대한 국익 손실을 초래할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 다행히 정치권에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지만…”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각성이 필요하다. 지금은 실체도 불분명한 ‘여론’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여론을 선도하는 용기와 문제를 순리로 풀어가는 지혜가 동시에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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