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 성산포대 인근에 있는 경북 성주군 선남면 성원1리 마을회관에서 14일 주민들이 모여 쉬고 있다. 오전까지만 해도 회관 벽엔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었으나(위), 오후엔 떼어졌다(아래). 이 마을은 박 대통령과 같은 문중인 고령 박씨 집성촌이다. 성주/연합뉴스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최종 발표해 사드를 둘러싼 논란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길게는 2014년 6월 당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의 한반도 전개를 본국에 요청했다”고 공개 발언한 이후 2년여 만이며, 짧게는 지난 2월 국방부가 “한·미 간 사드 배치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뒤 다섯달 만이다. 국방부는 늦어도 내년 말까지 도입하겠다는 시간표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사드의 실제 배치까지는 중국의 반발·반격을 포함한 동북아 국제정치의 변동, 국내 정치권의 움직임, 지역주민의 반발 등 숱한 변수가 남아 있다. 주요 군사·외교적 쟁점을 짚어본다.
■ 미국 엠디(MD·미사일방어) 편입 논란
국방부는 사드 배치와 미국 엠디 체제 참여는 무관하다는 태도다. 국방부는 최근 ‘주한미군 사드 배치’ 설명자료에서 “미국의 엠디 체제 편입(참여)은 미사일방어 협력 관련 엠오유(MOU·양해각서) 체결에서 미사일 공동개발·생산·배치·운용 및 연습·훈련 등 모든 단계에 걸친 높은 수준의 협력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한·미 탄도탄 작전통제소 간 실시간 정보 공유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국한된 낮은 수준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미국 엠디와 독립적으로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간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만 공유하고 미사일방어 시스템 구축과 운영은 독립적으로 할 계획이라 엠디 참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미국의 엠디와 연결해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시킨다는 국방부의 복안은 이미 미국 엠디 참여로 가는 수순 밟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한국의 미사일방어망은 미국을 매개로 일본의 미사일방어망과 연계될 예정이어서 한·미·일 3국 엠디 시스템 구축으로 나아가리란 전망이 많다. 실제 국방부는 올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국형 미사일방어를 총괄하는 ‘한국군 작전통제소’(KTMO-cell)와 주한미군의 작전통제소(TMO-cell)를 연결해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올해 안에 갖추기로 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미사일방어는 이미 연동돼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군은 미군 엠디 체계를 매개로 일본 자위대의 미사일방어와도 연동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견제용으로 의심받는 미국 주도의 3국간 미사일방어 연동은 차근차근 진행돼왔다. 한·미는 2014년 4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방어 시스템의 상호 운용성 개선’에 합의했다. 같은 해 12월엔 ‘한·미·일 3국의 정보공유약정’이 체결됐다. 지난달엔 이 약정에 따라 한·미·일 3국 해군이 실시간 미사일정보 공유 훈련도 했다.
국방부는 “정보 공유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사일방어에서 핵심은 정보 공유”라며 “정보 공유 자체가 이미 엠디 참여라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지금은 정보 공유만 한다 하더라도 결국 미사일방어망의 효율적 가동을 위해 어떤 형식으로든 판단과 결심, 사격통제 등의 협력·공유, 더 나아가 단일 지휘체계 수립의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사드 비용에 방위비분담금 전용은 없을까?
국방부는 사드 배치 비용과 관련해 ‘주한미군지위협정’(소파)의 관련 규정에 따라 한국이 부담할 몫은 부지와 기반시설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드를 들여와 설치하고 운영하고 유지하는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사드 배치 비용을 이유로 한·미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없다”는 게 국방부의 의견이다. 그 근거는 2014년 2월 한·미 간 합의된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다. 2014년 한 해 분담금이 9200억원으로 합의됐고, 이후 2018년까지 5년간 분담금은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해 증액(최대 4% 이내)하기로 이미 확정됐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이런 논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2019년부터 새로 적용될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 미국이 사드 운영·유지 등의 비용을 이유로 증액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사실 사드가 국방부 계획대로 내년 말 배치되면 실제 운영은 일러야 2018년부터다. 한·미는 바로 이해에 2019년부터 적용될 새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들어간다. 따라서 현재 ‘확정’돼 있는 방위비분담금이 적용되는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1년뿐이다. 국방부는 이런 사정에 분명한 답변을 내놓은 적이 없다. 미국의 입장도 확인된 바 없다. 김동엽 교수는 “미국이 당장이라도 방위비분담금을 전용해 쓸 수도 있다. 전례도 있다. 과거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1조원 이상 적립했다가 평택기지 건설비로 전용했고, 당시 우리 정부는 이를 용인했다”고 말했다.
■ 군사적 효용은 있나…수도권 배제 논란
가장 큰 논란은 사드가 수도권 방어에는 아무 도움이 못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점이다. 군 당국이 경북 성주 배치를 결정한 핵심 이유도 수도권은 휴전선과 가까워 사드로 북한 미사일을 막기 어렵다는 자체 평가 때문이다. 대신 군 당국은 성주에 배치된 사드로 나머지 국토의 3분의 2에서 2분의 1 면적을 방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선 국가 핵심 기능이 모여 있는 수도권 방어도 못하는 무기의 배치가 한국 경제의 생명줄인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할 만한 가치가 있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사드의 방어 범위에 수도권은 빠졌지만 평택, 군산, 칠곡, 대구 등 주한미군 핵심 시설 대부분이 포함된 점을 들어, 결국 미군기지 방어용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수도권 방어는 이미 배치된 한·미 패트리엇 포대로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다. 휴전선과 가까운 지형 특성상 40~150㎞의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사드보다 3~20㎞의 낮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잡는 패트리엇이 북한 미사일 요격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드의 군사기술적 한계를 인정하는 자기고백이나 마찬가지다.
사드 자체의 성능을 두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사드는 실전 검증이 안 된 무기다. 국방부는 설명자료에서 “사드는 지금까지 11차례 요격시험을 모두 성공해 3000㎞급 이하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 12일 낸 보도자료에서 미 국방부 시험평가국이 올 1월 발표한 2015회계연도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체계 신뢰성이 떨어진다. 사드가 완전한 전력화 단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18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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