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1000㎞를 날아가 동해 일본의 경제적 배타수역(EEZ)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3일 “북한은 오늘 오전 7시50분께 황해남도 은율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노동’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며 “비행 거리는 1000㎞ 안팎”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19일 황해북도 황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노동·스커드 미사일 3발을 발사한 지 15일 만이다.
미국 전략사령부도 이날 자료를 내어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를 확인했다. 그러나 미 전략사령부는 노동미사일 두 발이 발사됐으며, 첫번째 미사일은 발사 즉시 폭발했고 두번째 미사일은 북한 영토 상공을 지나 동해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발사 장소도 합참이 추정한 은율이 아닌 황해북도 황주를 지목했다. 황주는 은율에서 동쪽으로 50㎞ 정도 떨어져 있다.
이에 대해 군당국자는 “북한이 두 발 발사를 시도한 것은 맞지만, 첫 미사일은 공중 폭발이라기보다 지상 폭발에 가까워 발사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발사 장소와 관련해선 “미군 쪽에서 뭔가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 은율에서 발사한 게 맞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노동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떨어졌다며 발끈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기자들과 만나 “노동미사일이 약 1000㎞를 비행해 아키타현 오가 반도 서쪽 250㎞ 지점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까지 날아가 떨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은 베이징 대사관 창구를 통해 북한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사는 이달 하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포커스가디언(UFG) 연습을 앞둔 위력 시위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00㎞까지 쏜 것은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증원전력이 집결하는 주일미군 기지까지 타격할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지난달 19일 500~600㎞ 발사가 ‘미제의 핵전쟁 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항구, 비행장을 선제타격’하기 위해 미군 증원전력이 들어오는 부산항·김해공항을 겨냥했다면, 이번 1000㎞ 발사는 이들 핵심 증원전력이 주둔하는 주일미군 기지도 타격권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합참은 ‘입장’ 자료를 내어 “북한이 핵능력 고도화를 위해 김정은 집권 이후 30회 이상 발사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합참은 “특히 향후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우리 항구와 비행장 등 대한민국 곳곳을 겨냥함은 물론, 주변국까지도 타격할 수 있다는 도발 의지와 야욕을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노골적인 위반이자 대한민국뿐 아니라 주변국 및 국제사회에 대한 엄중한 도발행위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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