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사일 방어전략을 총괄하는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MDA)의 제임스 시링 청장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러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엠디) 전략을 총괄하는 제임스 시링 미사일방어청(MDA) 청장(해군 중장)은 11일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레이더 정보는 한·미 동맹에 한해서만 공유되는 것으로, 광범위한 미국 엠디 체계와는 공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링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합참)에서 국방부 담당 기자들을 만나 “(경북 성주에 배치될 사드가 미국 엠디의 두뇌격인) 미군의 지휘통제·전투관리(C2BMC)로 연동돼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미사일방어청에서 발전시키고 미 전투사령부에서 사용하는 범세계적 엠디 체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주한미군 사드는 미 엠디망과 연동되지 않는다’고 실명으로 공개 발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링 청장의 이런 발언은, 박근혜 정부의 거듭된 공개 부인에도, ‘주한미군 사드’가 미 엠디망에 연동돼 운영되리라는 야당 의원과 전문가들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주한미군사령부 관계자는 “한국 국방부 요청에 따라 (시링 청장이)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링 청장의 이례적인 공개 인터뷰가 ‘주한미군 사드의 미 엠디 연동’ 논란을 잠재우려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시링 청장은 “한반도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요격 목적의) 종말 모드로, 중국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순수하게 물리적인(material) 측면에서 단기간에 (중국 지역을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는 전방배치 모드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반도 방어가 목적이라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사라지면 한반도에서 철수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애초 인터뷰 주제인 기술적 측면을 벗어나는 것이라)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직답을 피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핵·미사일 위협이 사라지면 한반도 사드도 필요없게 될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시링 청장의 인터뷰를 계기로 관련 논란이 수그러들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앞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7월19일 국회 ‘사드 배치에 관한 긴급 현안질문’에서, 2015년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국(GAO)의 엠디 관련 보고서와 2017년 미 정부 예산안 자료 등을 근거로 “성주에 배치되는 주한미군 사드는 1.0버전으로, 2025년까지 (미국의) 모든 미사일방어 자산과 연동되는 2.0버전으로 업그레이드가 완료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 사드는 (미국이 운용하는 엠디 체계의) 단말기에 불과하게 된다”고 폭로한 바 있다.
시링 청장은 “사드는 13차례에 걸친 요격시험에서 모두 성공해 성공률 100%”라며 “13회 중 6회는 우려하는 위협과 유사한 상황, 단거리·준중거리 관련 시험이었고 내년에는 중거리 미사일 요격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 스커드(사거리 300~1000㎞)와 노동(1300㎞) 미사일 요격 능력은 입증됐고, 무수단(3500~4000㎞) 미사일 요격 능력은 내년부터 검증한다는 얘기다.
시링 청장은 합참 고위관계자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등을 만난 뒤 이날 오후 출국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시링 청장의 방한은 미 태평양사령부 모든 작전지역에 대한 정례 순방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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